책으로 이어지는 긴 호흡

by 권성선

지난봄, 긴 호흡으로 「태백산맥」 열 권을 끝냈다.

책을 덮는 순간 마음은 이미 다음 여정을 찾고 있었다. 자연스레 떠오른 책이 조정래 선생의 또 다른 대하소설, 「아리랑」이었다.


혼자 읽는 것도 충분히 값지겠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걸어보고 싶었다. 나만의 길이 아니라 누군가와 보폭을 맞추는 길로 마침 해냄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아리랑」 필사단 모집 소식을 접했고, 감사하게도 그 안에 내가 포함되었다.


책장을 넘기며 마음에 남는 문장을 따라 쓰는 일은 느리지만 단단하다. 글자를 옮기는 손끝을 따라 작가의 숨결과 시대의 호흡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무엇보다도 이번 여정은 혼자가 아니다. 같은 문장을 읽고, 같은 자리에서 멈추어 쓰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안도감이 찾아온다.


태백산맥에서 시작된 나의 독서 여정은 이제 「아리랑」으로 이어진다. 숫자로 헤아릴 수 없는 시간과 땀, 고통과 희망을 담아낸 이 소설을 필사하며, 나도 그 역사의 작은 조각을 손끝으로 다시 살아내고 싶다.


무엇보다 기쁘다. 이 길을 나만의 고독 속에서 걷는 게 아니라 함께 쓰고 함께 나누는 사람들과 이어진다는 것이. 책은 혼자 읽어도 빛나지만 함께 쓰고 나눌 때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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