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아가손

by 권성선

가을이 오면 내 몸이 먼저 계절을 알아차린다.

그중에서도 손이 가장 예민하다.

자다가도 손끝이 갈라지는 느낌에 깨어

핸드크림을 바르고 손바닥을 비비며 다시 눕는다.

그럼에도 새벽 공기가 닿으면 금세 또 마르고 만다.

오늘은 남편과 산책을 하다 그가 내 손을 잡았다.

“당신 손이 왜 이렇게 건조해? 정말 건조하다. 마치 침팬지 아가손 같아.”

그 말에 깔깔 웃었지만 웃음 뒤로 묘한 서늘함이 남았다.

손의 건조함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일상에 불쑥 영향을 미친다.

비누 거품이 따갑게 스며들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종이가 걸린다

그때 문득 마음의 건조함을 떠올렸다.

손이 갈라지듯 마음도 제때 보습을 받지 못하면 금이 간다.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스며들 틈이 없다.

손의 건조함이 피부를 당기듯 마음의 건조함은 관계를 당긴다.

그래서 부드럽게 다가오는 온기를 버티지 못하고 밀어내게 된다.

살면서 우리는 몸보다 마음이 더 많이 마른다.

걱정과 상처, 미묘한 체념들이 수분을 빼앗듯 마음의 결을 거칠게 만든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손엔 크림을 바르면서 마음엔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다.

가끔은 따뜻한 말 한마디, 스스로를 다독이는 한숨 하나,

믿고 기대어 울 수 있는 품 하나가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오늘 나는 핸드크림을 바르며 다짐한다.

손만이 아니라 마음에도 보습을 챙기자고.

건조한 마음엔 온기가 필요하다고.

그게 결국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유일한 크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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