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걷는 이유

by 권성선

몇 해 전부터 가을이면 마치 누군가에게 마지막 미션을 부여받은 사람처럼 한강공원을 기를 쓰고 걷는다.

바람이 차가워지고, 나뭇잎이 누렇게 익어가면 그 계절의 끝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나는 더 오래, 더 멀리 걸어간다.

마치 멈추면 안 될 것처럼 지금 걷지 않으면 올해의 가을이 나를 두고 떠날 것처럼.

나는 왜 이렇게 기를 쓰고 걷는 걸까.

한강을 걷는 일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아마도 '지나가는 것들'을 붙잡고 싶은 마음, 사라짐에 저항하려는 본능이 아닐까

찬란한 가을의 풍경을 눈에 담지 못하면

마치 수천만 원을 잃은 것 같은 허망함이 밀려온다.

그만큼 이 계절은 내게 '단 한 번 뿐인 시간'처럼 느껴진다.

오늘의 빛, 오늘의 공기, 오늘의 하늘..

내일은 이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져 있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그 찰나를 붙잡기 위해 오늘도 강가를 걸으며 바람 속을 헤맨다.

걷는 동안 나는 조금은 살아 있다는 기분이 든다.

한강의 물결이 나를 따라 흐르고,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듯

내 안의 불안과 허무도 조금씩 흘러간다.

나는 걸으며 다짐한다.

조금은 느리게 살아도 괜찮다고,

무언가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이 마음이

결국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 거라고.

그래서 나는 또 걷는다.

이유를 모른 채, 그러나 멈출 수 없는 마음으로.

가을의 끝자락에서 한 사람의 계절이 다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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