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넘기다 베였는지, 아니면 다른 무엇을 하다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왼손 엄지손가락 바닥 쪽에 자그마한 생채기가 생겼다.
아주 작은 상처인데도 온몸이 쭈뼛할 만큼 쓰렸다.
며칠 전부터는 왼쪽 눈이 묵직하고 뻐근하게 아팠다.
안과에 가니 염증이 생겼다며 안약 두 종류와 먹는 약을 처방해 주셨다.
그제야 알았다.
몸이 말없이 보내던 신호를 나는 며칠째 무시하고 있었다는 걸.
손가락의 작은 상처도, 눈에 생긴 염증도 일상에 지장을 줄 만큼 신경이 쓰였다.
작은 통증 하나가 하루를 흐트러뜨릴 수 있었다.
하물며 마음의 상처는 어떨까.
눈에 보이지도 않고, 약도 없고,
누군가에게 보이기라도 하면 더 아파지는 그런 상처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은 것도 아니다.
마음의 상처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가 조용히 아픔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살다 보면 누구나 그런 상처 하나쯤은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대수롭지 않게 넘긴 말 한마디,
참아낸 오해 한 줄기,
끝내 흘리지 못한 눈물 한 방울이 언젠가 불쑥 통증이 되어 찾아온다.
그럴 때면 괜찮다고 말해주자.
다 나았다고 억지로 덮지 말고,
아프다고, 지금은 조금 힘들다고,
스스로에게 그렇게 솔직해져 보자.
몸의 상처처럼, 마음의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아문다.
단, 그 자리를 함부로 다루지 않을 때.
오늘 나는 조심스레 약을 바른다.
왼손의 생채기에도,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에도.
언젠가 완전히 나을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조심스레 나를 어루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