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한 그릇의 기억

by 권성선

가장 소박한 음식 중 하나인 칼국수를 가장 진실한 정성으로 만드는 일.

그건 어쩌면 사람의 마음을 끓이는 일과도 닮아 있다.

최인호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한동안 그 문장에 머물렀다.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보다 맛있는 음식이란 세상에 없다.”


그 문장 하나로 오래전 기억이 불쑥 되살아났다.

대학원 시절, 나는 결혼과 동시에 안양으로 올라왔다.

학교는 대전이었으니, 매주마다 기차를 타고 통학해야 했다.

대전역에 도착하면 언제나 배가 고팠다.

그래서 역전 골목 깊숙이 있는 허름한 칼국수집으로 향하곤 했다.

허름하고 작았지만, 그곳에는 이상할 만큼 따뜻한 공기가 있었다.

사장님은 늘 같은 말로 나를 맞았다.

“추운데 고생 많으시죠. 오늘도 들깨 더 넣어드릴게요.”

육수가 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들깨 향이 코끝에 남아 있었다.

걸쭉한 국물 한 숟가락이면 마음도 풍성해졌다.

둘째를 가졌을 때, 이상하게 그 칼국수가 그렇게 먹고 싶었다.

아마도 그때의 국물 속엔 위로와 정성, 그리고 내가 잃어버린 젊은 날의 힘이 있었던 걸까.

결국 가지는 못했지만, 그 맛은 아직도 마음 한켠에 남아 있다.

지금도 어떤 날은 문득 그 집이 생각난다.

삶이 조금 버겁거나, 마음이 허기질 때면 그때의 들깨 칼국수를 떠올린다.

세상에는 화려한 음식도 많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스며든 국물만큼 진한 위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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