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를 썰면서

by 권성선

양파, 애호박, 감자, 당근

이 네 가지는 내 부엌의 기본이다.

거기에 다진 마늘과 대파까지는 꼭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뭐라도 하나 떨어지면 괜히 불안하다.

세상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듯 어색하다.


며칠 전, 국을 끓이려는데

대파가 똑 떨어졌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허전했다.

서둘러 마트로 나가 대파를 한 단 사왔다.

햇파라 그런지 매운 기운이 유난히 강했다.

칼끝에 닿자마자 눈물이 났다.

콧물도 따라 나왔다.


그게 정말 대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울지 못한 시간들이

그 틈으로 흘러나온 걸까.


울음을 제때 울지 않으면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 터진다.

대파 썰던 손끝이

묵은 감정을 대신 잘라내듯,

눈물이 뜨겁게 흘렀다.


그날의 국은

유난히 짠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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