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딸과 함께 일상을 벗어나]

by 권성선

두 개의 캐리어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다.
내 것, 그리고 딸의 것.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오늘만큼은 같은 방향을 향한다는 사실이
괜히 마음을 조용히 흔들었다.

지난 4월부터 나는 하루 한 편의 에세이를 고집해왔다.
어떤 날은 힘겹게 끌어올린 문장이 있었고,
어떤 날은 마음 깊은 곳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글도 있었다.
그 루틴은 나를 지탱하는 기둥이었고,
내 일상에 호흡을 만들어주는 작은 숨구멍이었다.

그런데 오늘 공항 대기 의자에 앉아
딸의 신발이 내 신발 옆에 가지런히 놓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오늘은 글보다 삶을 먼저 담아야 하는 날이구나.’

아이와 하는 이 여행이 나에게는 큰 선물처럼 느껴진다.
돌봄으로서의 시간이 아니라 ‘함께 있음’으로서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루틴이 끊어질까 봐 마음이 쓰였지만
이 여행에서 내가 채우고 돌아올 마음의 결을 떠올리니
이제는 불안하지 않다.
쓰지 못하는 하루보다 더 선한 것들로 마음이 채워지는 하루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

돌아오면
조금 더 다정한 마음으로,
조금 더 깊어진 문장으로
다시 일상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잠시 딸과 함께 일상을 벗어난다.
나를 비우기 위해 그리고 더 좋은 마음을 채워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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