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보여준 나의 요즘

by 권성선

요즘 내가 뭐에 꽂혀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굳이 나에게 묻지 않아도 된다.
인스타그램을 열어보면 된다.
인스타는 알고리즘에 따라
내가 요즘 보고 있는 것들,
무심코 멈춰 섰던 영상들,
괜히 한 번 더 눌러본 사진들을 차곡차곡 모아 다시 내 앞에 놓아준다.
마치 “요즘 당신은 이런 사람이군요” 하고 조용히 말하듯이.
한때는 정치 관련 콘텐츠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분노와 피로가 섞인 얼굴들,
사회를 바꾸자는 선동적인 문장들.
그 시절의 나는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고,
바꿔야만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었던 것 같다.
또 어떤 시기에는 살림, 집안 인테리어, 수납 영상이 줄줄이 이어졌다.
정돈된 공간을 바라보며 내 삶도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괜히 대리만족을 하던 때였다.
독서 콘텐츠가 가득하던 시기도 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손, 밑줄 긋는 연필,
조용한 서재의 풍경.
그때의 나는 다시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내 인스타는 완전히 달라졌다.
온통 운동이다.
근육의 움직임, 호흡, 땀.
그리고 한국무용.
천천히 들어 올린 팔,
발끝에 실린 중심,
몸으로 시간을 건너는 사람들.
그 사이사이 화사의 〈굿굿바이〉가 계속 흘러나온다.
이별을 노래하는데 이상하게도 단단해지는 기분이 드는 노래.
박정민과 화사의 퍼포먼스.
이쯤 되면알고리즘이 나보다 내 마음을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요즘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정리된 생각보다 움직이는 몸을 더 믿고 있다.
생각이 나를 데려가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몸이 나를 이끄는 시기로 들어온 것 같다는 느낌.
아직 정확히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내 삶의 방향이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는 아주 사소한 화면 속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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