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푸러펜

by 권성선

어제 운동이 유난히 힘들었던 모양이다.

오늘 하루 종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어깨는 굳어 있고, 팔을 조금만 들어도

어제의 무리함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체어 스프링이 유난히 강했다.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버티는 쪽에 더 힘이 들어갔나 보다.

몸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나는 끝까지 동작을 마쳤다.

계획해둔 작업량이 있었다.

새해 첫날인만큼 잘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참다못해 약국에 갔다.

“근육통 약 주세요.”

약사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상자 몇 개를 꺼내놓았다.

다푸러펜.

확펜.

약 이름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아직 한 알도 먹지 않았는데 몸이 먼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다 푼다니.

확 푼다니.

약의 성분보다도 그 이름이 먼저 어깨를 내려놓게 했다.

우리는 생각보다 이름에 많이 기대어 산다.

약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다.

괜찮다는 말 한마디에 아프던 마음이 조금 느슨해지고

잘했다는 말 한 줄에 굳어 있던 하루가 풀린다.

다푸러펜, 확펜.

오늘 나에게는 진통제보다 이런 말들이 더 필요했던 것 같다.

약을 먹고, 몸을 조금 풀고, 계획했던 일은 내일로 미뤘다.

대신 이름 하나가 건네준 위로를 조용히 받아들였다.

1000059017.heic


작가의 이전글연말의 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