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울지 못하는 빨간 마음

by 권성선

그날은 유난히 하늘이 붉었다.

노을이 도시를 물들이고,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저녁.

나는 서점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가 있을까, 없을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오늘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서점 문을 열자마자 마주친 건 그가 어떤 여자와 웃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녀는 밝은 노란빛으로 물든 감정을 온몸에 입고 있었고,
그는 오랜 친구처럼 편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돌아오는 길, 내 안에는 익숙한 색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붉은색이었다.
그것은 분노가 아닌, 표현되지 못한 슬픔과 억눌린 감정이 섞인 붉은빛.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다가 목구멍에서 멈춰버리는 말들처럼 뜨겁고 무거운 색이었다.

나는 울고 싶었다. 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나는 울지 않는 아이였다.
아니, 울 수 없는 아이였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에도,

친구가 이사를 가던 날에도,
아빠가 돌아서던 날에도,
나는 늘 말없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누구도 내게 울어도 된다고 말해준 적이 없었고,
나 스스로도 눈물을 허락하지 않았다.

“괜찮아.”

“별일 아니야.”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어.”

그런 말들로 내 마음을 덮고, 눌러왔던 시간들이
그날 저녁, 서점 앞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지금 이 감정, 누군가가 알아봐주면 좋겠다고.
붉은 슬픔이 있다는 걸.
아무도 몰라준다면 나는 평생 이 감정을 가슴 안에 묻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그날 밤, 나는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짧고 단순한 한 문장.

“오늘은, 내 감정이 너무 커서 말이 되지 않았어요.”

그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뒤, 서점 책갈피 속에서 쪽지 하나를 발견했다.

“말이 되지 않을 때도, 마음은 여전히 당신을 말하고 있어요. 그 색을 잊지 않겠습니다.”

나는 그 쪽지를 천천히 접어 가방 안에 넣었다.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울지 못한 붉은 감정을 조금씩 풀어 놓기 시작했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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