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긴 시간이었고,
그만큼 마음도 무거웠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들이마신 공기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책상 위엔 늘 그랬듯 커피잔 하나와 펼쳐진 책.
달라진 게 있다면,
그의 어깨에
예전처럼 선명한 색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서로를 보지 않았다.
인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 사이에는 아주 연한 민트빛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건 아주 오랜 침묵 끝에 피어나는
미세한 용서의 색이기도 했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날, 아무 말 없이 떠나서 미안했어요.”
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괜찮아요. 감정이 어긋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그 말은 내게도, 그에게도
작은 안도가 되었다.
그는 다시 책을 펼쳤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말이 없어도 괜찮았다.
지금 이 조용한 호흡 속에서
감정은 다시 피어나고 있었다.
그날의 우리는 마치 다시 피는 꽃 같았다.
한 번 시들었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라,
조금의 시간과 햇살이 있다면
언제든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것.
돌아가는 길,
하늘은 흐렸지만
기분은 이상하게 가벼웠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눈다는 건
항상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우리는 조금씩 엇갈리고,
조금씩 돌아서도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것.
그날 밤,
나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감정의 색은, 다시 피어나는 법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