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보는 일에는 익숙했다.
얼굴보다 먼저 색을 읽고,
말보다 먼저 마음을 느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내 감정은 누구에게도 선명하게 보여준 적이 없었다.
나는 언제나 닫힌 창 너머에서만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감정은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감지하는 거야.”
예전에 누군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땐 그 말이 옳다고 믿었다.
감정을 굳이 드러낼 필요는 없다고,
보이는 마음보다 조용한 이해가 더 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 말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서점 남자와 다시 가까워진 이후, 나는 느꼈다.
누군가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
마음의 결을 말로 꺼내는 것,
그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걸.
그는 내게 자주 물었다.
“오늘은 어떤 색이에요?”
나는 늘 웃으며 대답했다.
“맑은 회색이에요.”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한 노란색 같아요.”
하지만 그건 진짜 대답이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마음의 창을 반쯤만 열어두고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보는 색,
그건 어쩌면 당신이 숨고 있는 커튼일 수도 있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한참을 말없이 있었다.
부정할 수 없었다.
나는 ‘보는 사람’으로만 살아왔고,
‘보이는 사람’이 되는 게 두려웠다.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창문을 활짝 열었다.
찬 바람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지만
왠지 그 바람이 싫지 않았다.
조금은 어지럽고, 불안정했지만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꼈다.
마음을 연다는 건,
누군가에게 모든 걸 보여주는 게 아니다.
그저 창문을 살짝 열고
“나 여기 있어요.”
하고 말하는 일.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걸,
나는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그 다음 날,
나는 서점에 가서 그에게 말했다.
“오늘의 색은요…
약간 울렁거리는 연보라예요.
조금 불안하지만, 기대돼요.”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 순간, 내 마음 속 창문은 조금 더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