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아메리카노, 따뜻한 걸로요

by 권성선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동네 골목 안쪽에 조용히 자리한,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카페.

요즘은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는 곳이 많지만, 이곳은 여전히 사장님이 직접 주문을 받아주신다. 그게 좋다.


언제부턴가 사장님은 내가 어떤 원두를 좋아하는지도 기억하신다.

내가 특별해서라기보단, 자주 오가는 사이에 생긴 그만큼의 적당한 친밀함.


오늘도 어김없이 카페 문을 열었다.

햇살은 따갑고, 바람은 뜨거웠다.

잠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당기기도 했지만, 에어컨 아래 오래 앉아 있다 보면 한기가 금세 올라오는 나인지라,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로 마음을 먹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라고 말하려 했다. 진심으로.


그런데, 정작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이랬다.


“아이스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한 잔이요.”


…아, 뭐라고요?

나도 모르게 얼어붙은 그 말투에, 사장님이 잠시 웃으시며 되묻는다.


“따뜻한 거 맞으시죠?”


부끄러움이 몰려오는 와중에도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아, 제가 방금 아이스아메리카노라고 했죠?”


두 사람 모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런 얘기 들으면 항상 웃었는데, 정작 제가 이러네요.”

사장님도 덩달아 웃으셨다.


이상하다. 분명 실수였는데, 창피함보다 더 큰 건 어쩐지 포근함이다.

자잘한 실수를 함께 웃어줄 사람이 있다는 게, 오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다.

…아니지.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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