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절반 이상을 노트북 앞에서 보낸다. 일하다 보면, 눈은 자연스럽게 창밖이 아니라 화면 속 쇼핑몰로 향하고 만다. 특히 옷.
글이 안 써질 때, 옷은 유혹이고 핑계다.
자꾸 눈에 밟히는 옷이 있다. 한 번 본 것 같은데, 또 보게 되고, 또.
결국 운명이라 믿고 장바구니에 담는다.
며칠을 지켜보다가 “이쯤이면 결제해도 돼”라는 자기 합리화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또 한 벌.
그 옷이 오늘 도착했다.
일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박스를 열었다. 포장을 풀며 기대와 설렘이 차오른다.
“이거 입고 나가면, 기분 좀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데 옷을 입는 순간, 모든 기대가 무너졌다.
핏도, 색도, 느낌도 전혀 다르다. 거울 앞에 선 내가 심지어 좀 초라해 보인다.
이건 내가 꿈꾸던 옷이 아니다.
옷을 입고 설레기보단, 벗고 한숨이 먼저 나왔다.
결국 반품 신청을 했다. 반품비 6,000원.
근데, 이상하게도 이 6,000원이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일이 안 풀리는 날보다, 글이 안 써지는 날보다,
‘예쁘게 나를 바꿔줄 줄 알았던 옷’이 별로였던 오늘이 더 슬프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깟 옷 한 벌 때문에 우울해?”
근데 나에게 오늘은 그깟 옷 한 벌이 꽤 컸다.
기대는 때때로 반품이 안 되니까.
댓글 달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