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보고서를 씁니다

by 권성선

오늘 낮, 쇼핑 실패담을 동료 교사들에게 보여줬다.

“옷 하나 때문에 이렇게 웃프게 쓸 수 있다니” 하며 다들 한바탕 웃더니,

곧바로 이런 요청이 돌아왔다.

“ 우리 얘기도 한 번 써주세요!”


그래서 써본다.

재택근무 교사들의 아주 현실적인 하루.


오늘만 네 개의 파일을 내야 한다.

7월 계획안, 이번주 미관리 사유서, 부모상담 미상담사유서, 그리고 아이들 미로그인 원인 조사서.


이쯤 되면 교사인지, 행정직인지, 조사원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말한다.

“재택근무라 좋겠다. 집에서 편하게 일하잖아.”

하지만 내가 앉아 있는 ‘방’은

회의실이자 교실이자, 단속의 중심이다.


수업을 하려면 카메라를 켜야 한다.

상의는 정장을 입고, 얼굴은 늘 화장을 한다.

화장이 흐리면, 의상이 흐트러지면, 파트장의 지적이 날아든다.

“좀 더 밝게, 좀 더 단정하게, 교사는 이미지니까요.”


노트북 앞에 앉아 '가르치는 시간'보다

‘사유서를 쓰는 시간’이 더 길다.

왜 이 아이는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는지,

왜 피드백이 늦었는지, 왜 상담을 하지 못했는지.

아이들의 부재는 곧 나의 책임이다.


출근 시간 3분 전에 인사를 해야 하고,

퇴근 전에는 반드시 보고서를 올려야 한다.

가정에서 일하지만, 상사의 눈은 항상 열려 있다.

이곳은 쉼의 공간이 아니라, 감시의 무대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코칭하고,

그 모든 ‘흔적’을 증명하는 파일을 또 만든다.

내 하루는 ‘교육’이 아니라 ‘기록’으로 채워진다.


그래도 한다.

하라면 해야 하니까.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누구 하나 대신해줄 사람 없으니.


오늘도 나는 보고서를 쓴다.

그리고 묻는다. 내 마음은 언제쯤 퇴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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