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일요일 아침에
오랜만에 베란다 창문을 열고 책을 읽고 있다. 비가 조금 내리다 그쳤다. 고양이 한 마리가 장독대 옆에 웅크리고 내 얼굴을 바라본다. 여러 종의 새소리가 들린다. 시끄러워 뇌가 울릴 지경이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새소리 아래로 뭔가 들끓는 것 같은 소음이 퍼져있다. 바람 소리일까, 아파트에서 제법 멀리 아래 길에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일까, 아니면 강물이 빠르게 흐르는 소리일까?
아이들이 방을 차지한 후로는 안방 베란다 귀퉁이에 책 읽을 곳을 마련했다. 아파트 일층이라 거실에서 나갈 수 있는 우리 집만의 정원이 있다. 큰 창문을 열면 정원에 무성한 나무들과 장독대가 시야에 한가득 들어온다. 나무들이 무성해 바깥 산책로를 지나는 주민들과는 시선이 닿지 않는 공간이다.
일요일 아침나절에 이곳에 앉으면 커피가 당긴다. 아내에게 커피 사러 가는데, 한 잔 더해서 사줄까 물었더니 방금 일회용 커피를 마셨다고 사양한다. 비 온 뒤 오월의 풍경들을 핸드폰으로 찍으며 내려가서 커피 한 잔을 사 왔다.
애 엄마가 큰 애에게 말한다. ‘바라 내 말이 맞지. 하나만 사 왔다 아이가.’ 이런! 무슨 일이 있나 보다. 나가기 전에 분명히 자기 것은 사지 말라고 했는데. 다시는 커피 사 오라는 부탁 안 들어줄 거라며 투정을 부린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하며, ‘내 커피 당신 먹어’라고 해본다. 집사람 왈 ‘자기나 먹어’ 이러는데, 이게 뭔 영문인지 모르겠다. 장난인지, 진심 어린 불만인지 잘 모르겠다.
남자와 여자의 말에 담긴 내용이 다르다던데, 이런 건가? 이해불가다. 이쁜 마누라님 한번 용서해줘요.
고양이 놈이 느긋하게 정원 밖으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