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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빛 May 14. 2021

요요

@계단을 오르며

  헉헉, 숨소리가 거칠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다 오랜만에 계단을 오른다. 숨이 가빠온다. 운동을 꾸준히 할 때는 땀 한 방울 나지 않았는데, 숨소리도 잠든 아이처럼 고요했는데.

  아. 요즘 운동을 하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에는 다시 운동하기 전의 몸으로 돌아와 있다. 매번 이런 상황은 반복된다. 살 빼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요요현상이다.

  요요는 동그란 실패에 감긴 실을 중력으로 풀었다가 다시 손목의 탄력으로 잡아채 당겨 감는 과정을 즐기는 놀이기구다. 어느 정도 요령이 생기면 오랫동안 풀었다 감았다 할 수 있다. 운동 신경이 둔하고 요령도 별로 없는 나에겐 두어 번의 되감기로도 기쁨을 주던 놀이다.

  중력은 항상 작용하는 힘이다. 우리가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한은 말이다. 아니, 이 우주 어느 곳을 가더라도 벗어날 수 없다.

  요요 놀이는 쉽지 않다. 노력이 들어간다. 적당한 시간과 알맞은 힘이 필요하다. 그 시간과 힘을 파악하고 바로 그때 그만큼을 작용시켜야 한다. 요요 실을 잡아당겼다 해도 금방 땅을 향해 자연스럽게 풀리고 만다. 하지만, 우리는 기어코 다시 감아챈다. 아예 한번 잡아챈 실을 풀지 않으면 되지만 사람은 그렇게 고요하게 무언가를 유지하지 못하는 존재인가 보다.

  머릿속에서는 온갖 계산이, 각성이 나도 모르는 새 온몸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다시 몸 바깥의 상황은 감각을 통해 몸속으로, 뇌로 모일 것이다. 이것이 멈추는 순간은 모든 것이 정지해버린 지경이 될 것이다.

  파도는 하나의 포말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바다뿐 아니라 바람과 달의 움직임과 함께 움직인다. 요요도 가만히 둔다고 해서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그것에서는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운동 다시 해야겠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절엔 마음에 차는 운동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은 핑계였다. 몸이 따르지 않고, 마음이 따르지 않는다 하여 그냥 있을 수 없다. 내 몸의 요요를 무서워할 것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그 상태가 두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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