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맛있다
큰애가 서울 생활을 몇 년 한 후 집에 와서 김치를 먹는 것을 보고 놀랐다. 대학 가기 전까지만 해도 김치를 무척이나 싫어했는데, 마치 내가 다른 어떤 음식보다 즐겨먹는 것처럼 아이가 김치를 먹는 모습은 새로웠다. 집의 맛이, 가족의 추억이 우리의 가장 기본 먹거리인 김치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원 식당에 오늘 메뉴는 김칫국이다. 목 넘김이 시원한 김칫국은 짜지도 않으면서 콧등에 땀이 살짝 배어 나올 정도로 칼칼하다. 김치 건더기와 함께 콩나물도 보인다. 콩나물은 물이 잘 빠지는 시렁 위에 콩을 촘촘히 모아 천으로 덮어두고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면 어느샌가 콩나물이 되어있다. 김칫국에서 숙취를 멀리 쫓아버리도록 우러나는 시원한 맛은 콩나물 뿌리에서 나온다. 아스파라긴산이라고 하는 성분이다.
그래도 김칫국의 맛을 제대로 내려면 김치가 맛있어야 한다. 김치는 뭐니 뭐니 해도 어머니의 솜씨가 제일이다. 아마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김칫국을 먹을 때마다 밥이 맛있다. 매일 직원 식당에서 꾸역꾸역 먹다 보면 밥을 먹는다는 것이 단지 일하는 기계에 연료를 넣어주는 행위 같아 재미없는 일상의 반복이었는데, 오늘 나온 김칫국을 보면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이 살아나 점심시간이 즐거워진다.
미각은 추억으로 완성된다는 뇌과학자의 말처럼 나에게 김칫국은 어머니와의 추억으로 되돌아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