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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빛 May 31. 2021

앵두가 많이 열렸다

울타리 안에서

  고등학교 들어간 셋째가 다섯 살 때였던가 엄마 아빠에게 자기 나무를 심어달라고 했다. 식목일 즈음 마당에 네 그루의 유실수를 심었다. 배와 매실, 앵두 그리고 대추나무였다. 어찌어찌 나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렀다.

  울타리 바깥 아파트에서 기르는 나무들이 울창해지다 보니 울안에 나무들은 눈에 뜨이지도 않았나 보다.

  몇 년 전에 조그만 배가 하나 열려 신기해하며 익은 열매를 나누어먹었는데, 올해는 앵두가 나무 한그루 가득 열렸다. 가는 줄기가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지경이다.

  유월이 다되어 하나하나 열매를 따는데도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소쿠리에 따놓으니 가족들이 먹고 즐기기에 충분하다.

  식물이 만들어놓은 영양분들은 지구 상에 있는 수소와 산소, 그리고 탄소들이 햇빛의 광자와 엽록소를 통해 광합성 과정을 거쳐 포도당으로 바뀐 것이다. 동물은 식물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지구 상의 생명은 태양의 빛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우주의 네 가지 힘 중에서 중력과 함께 인간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전자기력이다. 광자의 광합성도 전자기력으로 설명이 된다.

  앵두 따며 햇살이 따갑다. 광자는 그새 내 얼굴을 까맣게 태운다.

  내년 봄에는 앵두나무며 배나무에도 거름을 듬뿍 줘야겠다. 해도 잘 안 드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보겠다고 바둥거리는 생명의 그 힘찬 역동성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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