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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빛 May 30. 2021

손을 잡아주다

산책길에서

  일요일 아침, 아파트  산책길에서 팔순 어르신의 손을 잡아주었다. 몸이 왼쪽으로 기울어 엉거주춤하게 걷고 있던 그녀는 손을 잡아달라고 말을 걸어왔다.

  일어나 산책하러 나올 때는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나와 마주쳤을 때는 이미 몸이 상당히 기울고, 걸음이 똑바로 걸어지지 않는 상태였다. 도저히 안 되겠던지, 지나가던 나를 부른 것이었다. 몸에 장애가 있는 분이 운동을 하나 보다며 무심코 지나칠 뻔했다.

상태가 어떤지 여쭤봤다. 어제 무리하게 운동을 했다며,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신경안정제를 먹고 나왔다고 한다. 응급구조를 부르겠다고 하니, 일 킬로미터 넘게 남은 아파트까지 같이 가자고 하며, 핸드폰이 집에 있어 그곳에 가서 부르면 안 되겠냐 되묻는다. 보호자는 있는지 물었더니, 자식들은 외국에 나가 있고, 배우자는 이미 돌아가셨다며 나와 같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다고 한다.

  길을  걸어오는  계속 손을 잡아드리는데, 도저히 못 걷겠다고 하여 울산에 친지는 누구 없느냐고 물었더니, 동생이 산다며 전화번호를 불러준다. 핸드폰이 무겁고,  잃어버려 들고 오지 않았다며 대신 전화를 부탁한다. 마침 통화는 되었는데,   거리에 살고 있었다. 삼사십 분은 있어야   있는 지역이었다. 지나가는 산책객  명이 주변에 자리를 봐주었다. 경사진 풀밭에 앉히니 바로 누워버렸다.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함께 자리하여 기다리며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생에 행복은 없다. 지나고 나서 보니 힘들고 어려웠던 일밖에 없었다.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만 했다. 남편도 똑같이 되어갔다. 지나고 보니 아이들이 잘되었다. 그래도 복이 있었다. 오늘 부른 동생도 내가 준 재산을 불려 지금은 집이 네 채나 된다. 어제까지도 내 재산 빼먹으려고만 해서 싫었다. 그래도 옆에 있으니, 이렇게라도 달려와준다.

  어머니가 생각난다. 같은 동네에 따로 살고 있다. 주말마다 얼굴을 보기도 하는데, 코로나로 가족모임도 말라고  때는 혼자 계셨다. 최근에 밥이 맛이 없어 며칠  먹지 못해, 살이  빠져버리고 목소리도 힘이 없었다. 보양을 위해 한약을 지으러 한의원에 모시고 다녀왔다. 건강하던 모습이 마음처럼 지켜지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지나치던 중년 여성들이 다가와 어찌 이렇게 되었는지 물어본다. 다들 일일구를 바로 불러야 한다고 이구동성이다. 노인이 누워있다 허리를  앉으며 뒷골이 당긴다고 한다. 바로 일일구를 불렀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스스로 일어나며 가는 데까지 가보자 한다. 머리도 괜찮아지고 지금은 걸을 만하다고 한다. 그래도 여기서 기다리자고 해보아도 막무가내다. 다행히 응급구조차량이 몇 걸음 걷지 않아 왔다.

  동생에게 병원과 구조대원 연락처를 전화로 남겨주며 그들을 떠나보냈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그렇게 사는 사람은 드문가 보다. 행복이라는 감정이 무엇인지부터 사람 따라 모두 다를 것이다. 그래도  옆에 가족이, 친구가 살갑게 버티고 있으면,  힘든 삶을 버티는  도움이 되지 않겠나.

  다들 어렵다고 하는 세태에    내미는 것도 쉽지는 않다. 핸드폰이 집에 있다는데, 집에 내가 올라가야 하나, 경비아저씨께 부탁을 할까. 일일구로 병원에 바로 가고 싶어도 핸드폰도 없고 보호자도 없다고 하니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동생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은 것을 보면, 사이가 그렇게 좋지는 않은  같기도 하고. 연세도 있는데, 함께 산책 다닐 사람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하며 애먼 걱정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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