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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빛 May 23. 2021

주말부부 될 듯

아내의 빈자리

  아내가 도시재생센터 마을활동가가 된지는 3년이 지났다. 도시재생이라는 생경한 분야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배우고, 사람들을 모으고 어울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고향을 떠난지도 30년이 넘었는데, 이번에 그녀의 고향에 도시재생센터 사무국장 자리를 공개 모집한다고 해서 과감하게 지원했다.

  항상 열심히 하던지라 애들 걱정하지 말고 치매에 걱정스러운 장모님도 곁에서 모실 수 있으니 좋다고 말해주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아내가 집에 없으면 어떻게 될까? 지금도 아이들은 당번을 정해 엄마를 돕고 있다. 작년엔 코로나로 기숙사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학업을 하던 대학생 둘에 초•중학생까지 네 명이라 매일의 살림살이가 전쟁통이었다.

  큰애들은 성인이니 알아서 잘하겠지만,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갓 들어간 셋째와 넷째는 내가 챙겨야 할 테다.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들에게 아침을 어찌 챙겨줄까? 엄마가 해준 밥도 손 안 대고 갈 때가 많은데, 걱정이 앞선다.

  밥뿐이랴, 당번을 정해도 청소며, 빨래는 매일 돌아오는 일과이다. 주부들의 상황에 공감하게 된다. 이때까지 등한시한 업보가 오나보다.

  지금까지 아내가 옆에서 가족을 돌보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피상적이었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들여다보게 된다.

  아빠랑만 있으면 아이들이 더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청소해라, 설거지해라 이런저런 책임을 더 떠넘기지는 말아야지. 공부해라, 오락하지 마라, 핸드폰은 적당히 해라. 아이들 보면 이런 말만 했었다 싶어 이제 어찌할지 갈피를 못 잡는다.

  당장 나부터 아내가 없으면 출근은 제때 할지 밥은 먹고 다닐지 모르겠다.

  휴.. 아무렴 닥치면 하지 않겠나. 걱정만 앞세우지 말자.

  아내걱정하는 소리 들린다. 카프카의 ‘변신 나오는 그레고리 잠자를 들먹인다. 그러니까 누가 옆에 없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도 몰라. 짐짓 괜찮은척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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