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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빛 May 20. 2021

발우공양

공양을 하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날 가까이 지내던 스님 두 분이 아버지 손을 꼭 잡아주시며 기도해주셨다. 두 분은 용흥사 주지스님인 덕유 스님과 통도사 한주이신 도암 스님이다.

  두해 전인가 용흥사에 아이들과 같이 갔다. 템플스테이를 위한 공간인지, 스님들의 숙소인지 모를 곳에서 잤다.

  공양간에서 공양을 하는데, 우리가 알던 목기가 아닌 일반 집에서 먹는 스테인리스 대접에 밥과 반찬을 덜어 먹었다. 싹싹 김치 조각으로 마지막까지 잘 닦아서 고춧가루 하나 남지 않게 내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발우공양을 하는 것은 그릇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내가 담은 먹거리를 남김없이 다 먹는 것이다.

  구내식당에서는 잔반 안남기기를 하고 있다. 오늘은 돈가스와 미트볼 스파게티, 프렌치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와 주먹보다 조금 작은 동그란 빵 그리고 야채수프까지 밥과 김치를 빼면 완벽한 레스토랑의 양식 코스다.

  평소 먹던 밥양에 스파게티를 욕심껏 가지고 오거나 돈가스나 빵을 두덩이 가지고 와 버리면 열이면 열 잔반이 생긴다. 평소보다 큰 목소리로 들리는 조리사의 잔반제로 구호가 오늘은 더욱 많이 들린다.

  조금씩만 담았더니 나는 무사통과다. 발우공양을 하듯이 싹싹 잘도 비웠다. 식판 공간을 하나 둘 비우며 절의 공양간에서 행했던 발우공양이 떠오른다.

  어쩌면 여기가 바로  안의 공양간이구나, 내가 지금 발우공양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가 부처님 오신 날인데, 코로나 핑계로 절을  군데도 가지 않았다.

  여기  자리가  마음의 사찰 일지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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