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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빛 Jun 03. 2021

공무원 준비하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삶이 참 ...

  ‘공무원은 되지 못하고 엄마는 됐다’라는 브런치 글을 읽다가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신년인사랑 생일인사를 하고서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문득, 이렇게 생각이 날 때나 전화로라도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는 중소기업 공장장을 하다가 고향으로 내려와서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만난 그는 착했다. 대학 때 일본에 다녀오곤 하더니 일본어와 전공으로 어렵지 않게 취업했다. 아이엠에프 사태를 거치면서 10명이 있던 자신의 부서는 친구 혼자 남았다.

  고생을 많이 했다. 여러 사람 몫을 처리하려니 그렇지 않겠는가. 그 이후 어찌 되었을까. 사람 사는 일이 새옹지마라 힘든 일이 있고 일이 잘 풀렸다.

  탄탄한 그의 직장은 사세를 확장했다. 그 부서에서 남아있는 사람은 혼자였다. 좀 멀리 충청도에 공장을 새로 지어 공장장으로 가게 되었다.

  좋은 일이 있는 와중에 장모님이 돌아가셨다. 그의 아내는 마음의 병을 얻었다. 고향에서 점점 멀리 가는 상황이 되었다. 아내의 병이 깊어져, 아이를 키우는 것도 힘들어졌다.

  그의 고향에 작은 회사를 하나 잡아 총무부장으로 내려왔다. 장인이 계신 고향에 오며, 아내의 병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랬다.

  아이의 머리가 굵어지고 엄마에게 대들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가정폭력으로 아이가 신고를 한 것이었다.

  그런 일이 몇 번 생기고 그는 일을 그만두었다. 집에서 아내와 딸이 더 사이가 나빠지지 않게 완충제가 되었다. 그러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재산으로 쌓아둔 것도 많지 않았다. 그의 아내가 어렵게 단지  청소일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웠지만, 그녀도 열심히 했다. 아이가 커서 취업을 하면 집을 내보낼 계획이었다.


  이번에 아이가 취직하여 직장 근처에 방을 잡아줬다고 한다. 그도 공무원 시험은 그만두고 일자리를 잡아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제 걱정이 없다며 마음이 좀 놓인단다.

  올 가을엔 친구네 집에 들러야겠다. 술이라도 한잔 받아주고 싶다.

“그래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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