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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빛 Jun 04. 2021

빗소리 들으며

비 온다

빗소리가 투둑 투둑, 딱 턱, 툭툭, 퍽퍽, 통 푹, 튀딕 난다. 유월이 되어 새벽 베란다 창을 활짝 열어젖혀도 냉기가 아닌 신선함이 들어온다.

잎사귀에 닿는 소리는 낮게 퍼진다. 공간에서의 잎의 자리를 생각하게 한다. 빗방울이 잎에 닿으면 아래로 조금 움직여  중력을 해소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까맣게 멍이 들어 있을 것이다.

잎은 그 힘을 받은 만큼 흔들려 흩어낸다. 우리도 그렇구나. 내게 떨어지는 힘을 아래로 위로 그 힘에 저항하지 않고 받아내어야 하는구나.

빗소리가 작아지나 했더니 다시 커진다  잎과 땅과 새를 때리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비가 적게 왔다 많이 왔다 하늘 마음대로다. 발붙이고 여기 있는 것들은 뿌리는 대로 맞는다.

어둠이 조금 걷힌다. 지구가 5도 정도 돌았을까. 몇 분 지나지 않아도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게 하는 것은 새벽이 가진 힘이다.

정원 텃밭의 고추며 가지는 좋겠다. 비가 와서. 땅에 붙어 있는 것은 갑갑하다. 하늘에서 주는 것만 받아 가질 수밖에 없다.

다시 잦아든다.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오늘은 옆 나무 새랑 안 싸우나? 시끄럽게 재잘거리지 않는다. 비 피한다고 웅크리고 있나 보다.

이제 한 방울 한 방울 부딪히는 소리가 구분이 된다. 페이드 아웃하는 화면처럼 소리도 점점 작아진다. 이제 벌레 잡으러 가야 할 시간이다. 깃털에 묻은 비일랑 털고 밥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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