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새소리다. 어제 비 올 때는 조용하더니, 이 시간이 자기들의 것이 맞다는 듯이 시끄럽다. 동트기 전이라 깜깜하다. 두 종류의 새만이 시끄럽다. 덩치 큰 놈이 끼어든다. 다시 여러 소리가 되었다.
그 소리 아래에 여러 소리가 섞여 들려온다. 여전하다. 차가 지나는 소리일까. 저 멀리서, 굉음으로 공기를 찢으며 달리면 날 듯한 소리가 깔려 있다.
나무 그늘만 어둡다. 이제는 까마귀 소리도 숲에서 들려온다. 도시 외곽의 아파트 촌에도 아침이 밝아온다.
여기 이 자리에 처음 앉았을 때가 생각난다. 베란다 큰 창문을 열자 그때도 이 소리가 들렸다. 새소리, 그리고 소음. 조용한 아침인데, 그렇게 조용하지는 않았다. 나는 우주선의 조종사가 된 듯했다. 초속 28킬로미터로 달리는 지구라는 우주선. 이 소리는 지구가 달리는 속도 때문일까.
케플러는 행성들이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대응되는 음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구는 끊임없이 파와 미를 웅얼거려 라틴어로 ‘파민’. 즉 ‘굶주림’을 연상케 했다고 한다.* 그 당시는 16세기이니 그럴 만도 하다.
이제 나무 그늘도 제 색을 찾았다. 다들 여기저기서 웅성거린다. 산책객이 라디오를 틀었는지, 소리가 지나간다. 하늘이 파랗네. 오늘은 더우려나 보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p146~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