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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빛 Jun 06. 2021

아파트 일층에서 살며

물이 떨어져요

넷째를 낳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칠층인 우리  아래층에서  열두 시에 전화가 왔다. 뛰지 마라. 시끄럽다는 내용이었다. 앳된 목소리의 여자였다. 우리 아이들  자고 있고 나도 책상에서  읽고 있다고 했더니  끊어버렸다.

아내에게 하소연했더니 아내가 아랫집에 전화를 했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 집 딸이 전화를 했나 보다.

얼마 후 아이 넷을 키우기에는 좁은 집은 부모님이 쓰고 우리는 같은 동네 신축 아파트로 이사하기로 했다. 두 군데를 봤는데, 옥탑층이 좋아 보였지만, 아파트 일층에 자리를 잡았다. 아랫집의 전화가 계속 기억에 남았나 보다.

일층에는 정원이 있었다. 우리 집 거실에서만 나갈 수 있는 울타리가 쳐진 우리만의 공간이었다.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충분한 목재데크가 마음을 잡아당겼다. 남은 공간에는 잔디를 심어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벌써 십삼 년 전 이야기이다. 좋은 기억이 훨씬 많다. 하지만,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은가. 모든 좋은 것들은 눈에 띄지 않고 가시 하나 박힌 게 계속 신경을 건드린다.

아마 대부분의 일층 불편사항 일 것 같은데, 담배꽁초가 수시로 쌓이는 것이다. 관리실에도 이야기하고 엘리베이터며 각 층 게시판에 부탁도 적었지만, 똑같은 상황이 아직까지 반복되고 있다.

또 다른 불편 하나, 휴일이 되면 위층에서 물이 떨어져 데크 바닥을 적셨다. 오늘도 떨어지고 있다. 알고 보니 아파트 안방 앞 베란다 화단이 있는데, 배수구가 베란다 밖 정면으로 나 있었다. 보통 흙을 채워 놓던지, 철거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데 그 집은 난 화분을 그곳에 한가득 채워놓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물을 가득 주나 보다. 난에 일주일에 한 번 주는 바로 그것. 물이 빠질 때까지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도 계속 살지만, 그 집도 어디 이사 안 가고 여기에 있나 보다. 이제는 휴일에 그 소리가 안 들리면 어디 이상이 있나 궁금증이 나기도 한다. 뭐, 그래도 어김없이 물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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