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떨어져요
넷째를 낳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칠층인 우리 집 아래층에서 밤 열두 시에 전화가 왔다. 뛰지 마라. 시끄럽다는 내용이었다. 앳된 목소리의 여자였다. 우리 아이들 다 자고 있고 나도 책상에서 책 읽고 있다고 했더니 뚝 끊어버렸다.
아내에게 하소연했더니 아내가 아랫집에 전화를 했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 집 딸이 전화를 했나 보다.
얼마 후 아이 넷을 키우기에는 좁은 집은 부모님이 쓰고 우리는 같은 동네 신축 아파트로 이사하기로 했다. 두 군데를 봤는데, 옥탑층이 좋아 보였지만, 아파트 일층에 자리를 잡았다. 아랫집의 전화가 계속 기억에 남았나 보다.
일층에는 정원이 있었다. 우리 집 거실에서만 나갈 수 있는 울타리가 쳐진 우리만의 공간이었다.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충분한 목재데크가 마음을 잡아당겼다. 남은 공간에는 잔디를 심어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벌써 십삼 년 전 이야기이다. 좋은 기억이 훨씬 많다. 하지만,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은가. 모든 좋은 것들은 눈에 띄지 않고 가시 하나 박힌 게 계속 신경을 건드린다.
아마 대부분의 일층 불편사항 일 것 같은데, 담배꽁초가 수시로 쌓이는 것이다. 관리실에도 이야기하고 엘리베이터며 각 층 게시판에 부탁도 적었지만, 똑같은 상황이 아직까지 반복되고 있다.
또 다른 불편 하나, 휴일이 되면 위층에서 물이 떨어져 데크 바닥을 적셨다. 오늘도 떨어지고 있다. 알고 보니 아파트 안방 앞 베란다 화단이 있는데, 배수구가 베란다 밖 정면으로 나 있었다. 보통 흙을 채워 놓던지, 철거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데 그 집은 난 화분을 그곳에 한가득 채워놓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물을 가득 주나 보다. 난에 일주일에 한 번 주는 바로 그것. 물이 빠질 때까지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도 계속 살지만, 그 집도 어디 이사 안 가고 여기에 있나 보다. 이제는 휴일에 그 소리가 안 들리면 어디 이상이 있나 궁금증이 나기도 한다. 뭐, 그래도 어김없이 물은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