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빛 Jun 07. 2021

나무 그네 의자에서

쉼터

아파트에 휴식공간이 꽤 여러 군데 있다. 그중에 평소 지나치기만 하던 나무 그네 의자에 앉았다.

흔들리는 그네 의자에 편하게 앉아 발을 꼼지락 거리며 흔들리게 한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조금씩 움직임이는 게 더 자연스럽다.


엄마가 여섯 살은 되어 보이는 아이의 자전거를 가르치고 있었다. 아이의 몸이 옆으로 기우는지 그녀는 몸을 바로 세우라고 주문했다. 다시 나타났을 때는 조금 익숙해졌는지 그 자리에서 돌아서 자신에게 와보라고 말한다.


조금 세게 움직였더니, 내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는지 삐걱삐걱 소리가 크게 들린다. 두렵다. 이러다 쇠고리가 끊어지는 것 아닐까. 쇠줄과 지붕을 연결하는 고리가 내는 소리 외에도 구조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다.


젊은 부부가 갓 뛰기 시작했을 것 같은 기저귀 찬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앞바퀴가 두 개, 뒷바퀴가 하나인 조그만 킥보드를 미는 아이는 다부졌다. 여름이면 이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이는 물 빠진 물놀이 공간을 휘젓고 다닌다.


나무로 만든 배를 타면 이런 기분일까. 사람과 물 사이에 나무판자가 둘을 가르고 있다. 물이 부딪혀도 끼익 끼익 거렸을 테다. 사람들이 여기에서 저기로 움직여도 배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까. 꼭 그 배에 타고 있는 것 같다. 침몰의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해가 저 멀리 높은 산 위에 걸려있다. 무학산이려나. 조금 있으면 해가 질 거다. 물놀이 시설의 유리기둥이 햇빛을 반사한다. 바람은 불지 않는 듯 조심스럽게 분다.

작가의 이전글 아파트 일층에서 살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