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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빛 Jul 19. 2021

삶을 치유하는 걷기

걸으며 삶이 치유되는 것을 느낀다.

  나는 척추관 협착증 환자다. 십 분을 걸으면 파행이 와서 통증이 멈추기를 기다려야 했다. 올해 초 건강검진에서 의사선생이 하는 말을 새겨 들었다. 척추와 척추 사이에 뼈가 부러졌는지 구부러졌는지, 옆으로 너덜너덜 엑스레이에 비쳤다. 허리까지 휘어있었다. 그 사이로 흐르는 신경을 연골이 누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걷는 것뿐이라며, 고개를 들고 허리를 쭉 펴고 걸으면 점점 나아질 거라고 했다.


  내 몸에 걷기를 장착시키기 위해 습관화하고자 노력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정한 거리를 동일하게 각인하고 있다. 새벽 다섯 시 반, 사십 분간 산책로를 걷고 그 사이에 힘이 들면 앉아서 쉬어 갈 수 있는 곳으로 행로를 잡았다. 처음엔 쉬는 자리까지 가는 이십 분과 쉬는 잠시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지금은 쉬지 않고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걸으며, 이것은 여러 가지를 바라보게 하는 것을 알았다. 먼저, 시선을 조금 높이 들었을 때 세상은 완전히 달라 보였다. 땅만 바라보고 걸었던가? 시선을 들어 위를 살펴보니 나무들과 자연들이 다르게 보인다. 가지들의 모습, 가지와 가지 사이를 지나가는 새, 움막과 과수원의 나무 사이에 걸쳐진 거미줄, 그곳엔 또 다른 세계가 있었다.


  시선의 방향만으로도 이렇게 세상이 달라 보이는데, 매일의 걷기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 매일매일의 자연이 바뀌는  알게  것이다.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었다. 비가 오던지, 맑게 개었던지, 안개가 끼던지, 흐리던지  빛의 양과 습기에 따라 느낌이 달랐다.  느낌이 하나하나 다르다.


  우리 삶은 이 자연 속에서 매일매일이 조화롭고 다채로운 변화와 함께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내 삶에서 걷기가 치유의 행위가 되었다면 그것은 그 변화를 내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변화 속에서 함께 내 몸의 변화를 깨닫게 되면 치유에 이르게 될 것이다.


  자연이 주는 치유의 즐거움은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방향과 삶을 들여다보는 힘을 가져야 함을 알게 해 준다. 하루하루 걸으며 나를 관조하게 되는 시간이 늘어난다. 자연과 나를 일체화시키는 그런 시간인 듯하다.


  여름의 한가운데 있는데 새벽은 서늘하다. 오랜만에 시골집에서 자다 보니 잠을 설쳤다. 아직 내 몸에 맞게 잠자리를 맞추지 못했나 보다.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까? 기대된다. 자연 속을 거니는 즐거움을 깨닫는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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