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며 삶이 치유되는 것을 느낀다.
나는 척추관 협착증 환자다. 십 분을 걸으면 파행이 와서 통증이 멈추기를 기다려야 했다. 올해 초 건강검진에서 의사선생이 하는 말을 새겨 들었다. 척추와 척추 사이에 뼈가 부러졌는지 구부러졌는지, 옆으로 너덜너덜 엑스레이에 비쳤다. 허리까지 휘어있었다. 그 사이로 흐르는 신경을 연골이 누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걷는 것뿐이라며, 고개를 들고 허리를 쭉 펴고 걸으면 점점 나아질 거라고 했다.
내 몸에 걷기를 장착시키기 위해 습관화하고자 노력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정한 거리를 동일하게 각인하고 있다. 새벽 다섯 시 반, 사십 분간 산책로를 걷고 그 사이에 힘이 들면 앉아서 쉬어 갈 수 있는 곳으로 행로를 잡았다. 처음엔 쉬는 자리까지 가는 이십 분과 쉬는 잠시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지금은 쉬지 않고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걸으며, 이것은 여러 가지를 바라보게 하는 것을 알았다. 먼저, 시선을 조금 높이 들었을 때 세상은 완전히 달라 보였다. 땅만 바라보고 걸었던가? 시선을 들어 위를 살펴보니 나무들과 자연들이 다르게 보인다. 가지들의 모습, 가지와 가지 사이를 지나가는 새, 움막과 과수원의 나무 사이에 걸쳐진 거미줄, 그곳엔 또 다른 세계가 있었다.
시선의 방향만으로도 이렇게 세상이 달라 보이는데, 매일의 걷기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매일매일의 자연이 바뀌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었다. 비가 오던지, 맑게 개었던지, 안개가 끼던지, 흐리던지 그 빛의 양과 습기에 따라 느낌이 달랐다. 그 느낌이 하나하나 다르다.
우리 삶은 이 자연 속에서 매일매일이 조화롭고 다채로운 변화와 함께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내 삶에서 걷기가 치유의 행위가 되었다면 그것은 그 변화를 내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변화 속에서 함께 내 몸의 변화를 깨닫게 되면 치유에 이르게 될 것이다.
자연이 주는 치유의 즐거움은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방향과 삶을 들여다보는 힘을 가져야 함을 알게 해 준다. 하루하루 걸으며 나를 관조하게 되는 시간이 늘어난다. 자연과 나를 일체화시키는 그런 시간인 듯하다.
여름의 한가운데 있는데 새벽은 서늘하다. 오랜만에 시골집에서 자다 보니 잠을 설쳤다. 아직 내 몸에 맞게 잠자리를 맞추지 못했나 보다.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까? 기대된다. 자연 속을 거니는 즐거움을 깨닫는 하루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