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역사는 쳇바퀴처럼 굴러가는가
인도와 영국을 보면서
우리나라와 일본이 연상된다.
그 역사 속 침탈과 억압의 구조를
일본이 이어갔다.
인도 독립의 날(1947년8월15일)에 태어난 '한밤의아이들'.
독립둥이 작가의 환상적인 이야기.
먼저, 이야기꾼 살만루슈디의 천재적인 재능에 깊은 감탄과 경의를 표한다.
자신 존재의 근원성을 들여다본다.
어디에서 나오는가? 나라는 것은?
성품은, 외모는! 그것들을 다 뒤집어 엎어버리며 환상의 장으로 탈출해버린다.
천한명의 '한밤의아이들'의 환상은 이것이 환상인지 환상이 아닌지 구분이 어렵다. 하지만, 그 초인적 인간들이 모인 주인공의 의식 속은 주인공이 관장한다. 그는 통합에 성공하지 못한다.
라이벌이자 능력자인 시바는 살림과 코와 무릎, 무릎과 코로서, 태어나기 전부터 머리 두개의 아기로서, 함께 태어날 운명과 뒤바뀐 운명의 주인공으로서 그대로는 공존 할 수 없다. 인간의 운명은 어떤 것일까? 선택할 수 있을까?
루슈디의 은유는 다른 무언가를 나타내나보다 싶다가도 바로 그것을 나타낸다. 코와 무릎 그리고 귀처럼. 코와 함께하는 환상적인 무용담, 무릎과 함께하는 범죄의 냄새, 귀에 대해서는 오직 아비의 시선. 은유마저도 이중적이다.
화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파드마)가 나 말고도 슬픔을 공유해 주어 담담할 수 있었다.
존재는 자체로 슬픔일까.
현대 인도사를 스치듯 지나치며 우리 못지 않은 아픔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슬픔의 정중앙을 꽤뚫는 살림 시나이의 인생.
현대사의 맹목적인 단면들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그것은 인도 자체의 뿌리 깊은 계급제도와
종교문제로 인한 전쟁이다. 그리고 덜익은 민주주의의 폐단. 독재자.
루슈디의 표현은 선듯선듯 내 피부에 와 닿는다. 몽롱한 듯 하면서도 선연하게 드러낸다. 하나를 설명하는데 앞에 표현했던 말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읽을 때는 갸웃했지만 그 문장을 지나고 보면 전체적으로 앞부분을 다시 상기시키면서 그 근원이 어디였는지 순간순간 되돌아보는 맛이 있었다.
역자의 표현에도 나오지만 영어로 하는 언어 유희를 보는 듯하다. 그 표현들을 우리말로 재창조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겠다 싶다.
아버지가 아버지가 아니고 엄마가 엄마가 아니다. 아버지가 생기고 또 생기고, 어머니가 생기고 또 생기고..
다르게보면 종교적인 관점에서 윤회나 환생을 현재의 시점으로 알려준다. 누가 그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일까?
그의 탄생의 비화는 인도문화의 저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수백년간 서구에 지배를 받아온 인도는 서구 이전의 침략자들의 문화와는 다른 결이 느껴진다.
코가 큰 살림시나이는 모든 것을 냄새로 표현해낸다. 그 코는 인도의 것인가? 영국의 것인가? 그러나 그는 인도인 부모 밑에서 전형적인 인도상위 계급의 의식 속에서 자란다. 결국은 존재의 근원 뿐 아니라 공급되는 학습들에 따라 사람은 달라진다.
마지막 장면이 다가오면 귀가 큰 아담 시나이가 등장한다. 아들이다. 자신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들이 아닌 아들이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코가 있었다면 아들은 귀를 가졌다.
단순히 반복되는 듯하지만 마지막엔 가슴이 울렸다. 그리고 그는 균열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갈래져버린 삶의 타래. 그것은 인도의 운명인 듯하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아버지가 생기고 생기고..
다시 인도의 역사로 돌아와보자. 실제 이 소설의 흥행으로 소설 속 미망인이 현실에 개입한다. 소설 속에 문구를 삭제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건다. 그리고 작가의 사과까지 받는다. 그 문구는 삭제된다. 그리고 그녀는 그 두 해 후에 경호원의 총에 목숨을 잃는다.
미망인은 인도의 총리가 되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자와할랄 네루, 인도의 지도자였다. 독립의 주역이었고 그 후 총리로 오랜동안 자리를 지킨다. 하지만 그의 딸은 총리자리에 있으면서 비운을 접한다.
파키스탄과 인도, 방글라데시의 근대 독립사를 보면 종교의 무서움. 신생독립국의 비애가 느껴진다. 우리는 6.25를 겪었다. 그네들은 땅들이 토막토막 나는 상황이다.
우리와 인도는 비슷하다. 종교적인 사람들과 눈부신 전통, 그리고 고도의 정신세계. 이런 것들이 아직까지 남은 것은 이들에겐 축복이다.
'한밤의아이들'은 내게 인도라는 나라를 선물해 주었다. 먼듯한 이웃나라 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