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달리며

20년 만에 다시 뛴다

by 봄빛

선잠이 사라지지 않은 눈으로 103동 앞 광장으로 나선다. 한껏 따뜻해져 새벽 산책로를 달릴 마음이 든다. 출입구 오른쪽엔 그늘 속에서 이제야 활짝 핀 목련이 안쓰럽게 내려다보고, 광장엔 주차할 수 있는 곳엔 모두 차가 대어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팔을 늘여보고, 몸통을 돌려보고 다리를 앞 뒤로 잡아끌며 준비운동을 한다. 잠이 가실 즈음 출발한다. 하얀 차들 사이에 하얀 목련이 흔들린다.

107동 뒤로는 높지 않은 능선을 따라 오래된 콘크리트 길이 이어져 있다. 농장 몇 개와 계곡 아래에 밭들이 보일 듯 말 듯 있는 곳이다. 아파트를 나서면 오르막이다. 아파트 이름에 ‘힐’이 붙어 있는데, 다른 지역의 이 브랜드 아파트는 모두 언덕 위에 위치해 있었다. 그 언덕의 막바지를 벗어나면 일반적인 임도가 된다. 어두운 나무 그늘 끝에 벌목해서 농장을 일군 곳으로 나오면, 터널을 벗어난 듯이 환해지며 내가 달려야 할 저 먼 봉우리가 보인다. 요 며칠 울타리에 개나리가 초록색과 노란색으로 뒤쪽의 하얀 벚꽃과 잘 어울렸던 곳이다. 산 쪽에는 연분홍 참꽃이 덤성덤성 피어있다.

평평하던 길이 오르막으로 바뀐다. 첫 업힐이다. 아직 힘이 들지 않아 수월하게 올라간다. 근 삼백미터를 치고 올라와서야 평지가 나온다. 오른쪽의 봉우리는 맨발 걷기 명소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봉우리를 끼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길이 나 있다. 곧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는 벤치가 있다. 허리 아플 때 1km 걷기의 목적지였다. 왕복 2km를 걷곤 했는데, 이 벤치에서 한숨 돌리던 곳이다.

벤치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길이 꺾인다. 방치되어 흉물처럼 보이던 감나무 밭엔 컨테이너와 1톤 트럭에 올리는 캠핑 카라반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봄이 오기 전에 전지 작업을 해 놓아 연녹색 이쁜 감 잎들이 뽀얗다. 길 양 옆으로 농원이 있어 햇살을 바로 받는 곳이다. 카라반 옆엔 닭들을 키우는지, 해 뜰 즈음이나 해가 떠서나 수탉의 우렁찬 소리가 시끄럽기까지 하다.

평평하던 길이 능선을 따라 오른쪽으로 휘며 조금 솟았다가 죽 내려간다. 다시 왼쪽으로 틀며 산책로의 업힐 난이도가 올라간다. 보폭도 줄어든다. 가벼운 스텝으로 조금씩 조금씩 올라간다. 업힐을 100m 정도 하고서 오르막은 얕아진다. 숨을 끊어서 뱉어낸다.

반환점까지 2.5km를 뛰고 나면 베어링이 제대로 굴러가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반환점에서 돌아오는 길은 계속 내리막이다. 올 때보다는 갈 때가 몸도 마음도 가볍다.

이 주간 쉬지 않고 새벽을 달렸다. 몸에 힘이 붙는 게 느껴진다. 며칠 전 배드민턴 대회 우승으로 몸이 조금 무거웠는데, 이제 그전과 다르게 완주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산길이라 평지와는 다르겠지만 40분의 시간을 30분대로 고쳤다.

달리고 싶었는데, 꽤 오랫동안 이루지 못했었다. 이제 다시 놓치는 않을 것이다. 새벽 공기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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