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마라톤

마라톤을 다시 뛰며

by 봄빛

어색한 발걸음이 주로(走路)에 들어선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쌀쌀한 날씨지만 마라토너들로 가득 차 있다. 앞다투어 달리는 갖은 색깔의 신발들이 눈앞을 어지럽히고, 주로 바깥은 국가정원의 풀이며 꽃들이 장도(長途)를 응원하듯 흔들리고 있다.

근 이십 년 만에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다. 지난달 구마모토에서 3킬로미터를 달리고서는, 태화강 마라톤을 뛰고 싶어졌다.

월드컵이 열리기 전 해였다. 월드컵 구장이 완공되었을 때, 나는 집 인근 학교 운동장을 마흔 바퀴씩 돌고 있었다. 월드컵 경기장은 차로도 20분은 가야 할 거리였지만, 외곽의 잘 정비된 달리기 도로는 세 바퀴만 돌면 아침 운동량이 되었다. 답답한 공간에서 탁 트인 공간으로의 변화는 달리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꾸었다. 좀 더 먼 곳을 뛰고 싶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근 이십 년 만에 다시 대회에 참석했다. 발걸음이 다른 마라토너에 비해 앞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조깅을 하듯, 느리게 느리게 시작한다. 중간에서 뛰기 시작했는데, 뒤에 사람이 많이 보이지 않을 때에서야, 몸은 뛰는 것에 저항하지 않고 윤활유를 바른 듯이 앞으로 나아간다. 내 앞을 제치고 나갔던 한 명 한 명이 뒤로 물러난다. 힘이 들 때쯤, 앞 쪽에서 뛰고 있는 마라토너 뒤에 따라붙었다. 그도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을 제치고 나가는 중이었다. 그의 보폭과 속도에 맞추어 나간다. 쉽게 떨어지지는 않으려 다리에 힘을 준다.

힘이 든 구간에서는 보폭을 짧게 짧게 폭스트롯으로 발차기를 한다. 힘을 줄이면서도 앞으로 더 나아간다. 다시 정상보폭으로 돌아왔을 때는 앞쪽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백 미터를 달리듯이 달리고 있다. 8킬로미터 부근이었다. 이제 2킬로미터만 더 가면 된다.

러닝머신으로 연습하고 달려봐야 5킬로미터였었는데, 실제 달리기에서는 파탄이 났다. 최고속도로 1킬로미터 정도를 달리고서 그 같은 속도로는 뛸 수 없는 상태에 도달했다. 내가 따라붙었던 이가 다시 나를 제치고 앞서나갔다.

마지막 1킬로미터는 힘이 들었지만, 오랜만에 뛰는 10킬로미터 마라톤 대회의 기록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최종 기록은 1시간 4분 25초였다.

1시간 10분을 목표로 했는데, 다행히 잘 뛴 것 같다. 무릎이 시큰거리기는 한데, 다른 큰 부상은 없다. 며칠 쉬면 다시 뛸 수 있을 것 같다.

꽃샘추위가 감도는 태화강은 아름다웠다. 노랗고 하얀 사이사이에 분홍빛이 늘어서 있다. 많은 이들이 이 대회에 신청을 하고자 했으나, 선착순에서 밀렸다고 한다. 강변을 돌아오는 코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뻤다. 달리면서, 이런 곳에서 매일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이들이 삶을 살아간다. 얼마나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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