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무서운 재난

by 봄빛

며칠 전 비 같은 진눈깨비가 왔었지만, 이 십 도가 넘는 건조한 고온의 대기가 한반도를 덮으면서, 남쪽의 산들은 말라죽은 나무덩걸처럼 물기 없이 점점 말라간다. 겨울새 떨어진 나뭇잎은 조그만 바람에도 서걱거리고, 주변에는 고사목들이 얼기설기 쓰러져 말라가는 봄에 얹혀있다.

불이 났다. 토요일 산불진화대가 소집되었던 모양이다. 불이 잘 잡혀서 끝이 났나 싶었는데, 일요일 새벽 비상이 발령되었다. 전 직원 사분의 일, 되도록 남자 먼저 나오라는 지시에 새벽잠 설치며 응소했다.

밤새 고속도로 IC가 폐쇄되고 차량의 통행을 금할 정도로 불은 커졌다. 인근 체육공원은 북새통이었다. 조별 임무가 부여되었다. 우리 조는 방화선 구축이다.

산속, 불이 있는 곳까지는 버스에서 내리고서 사십 분이나 걸어가야 했다. 갈고리 하나씩 들고 방금 헬기에서 물 뿌린 곳에 투입되었다.


불 속으로 들어가지 마세요.


불 바깥의 낙엽들을 긁어서 일 미터 공간을 만드세요.


소방대장의 지시에 일흔 명의 대원들은 낙엽을 끌어내리고, 죽은 나무들을 치웠다.

오른편으로 대원들이 나아갈 때, 뒤처리를 위해 방화선 처리가 된 곳 곳곳의 재발화 지점을 정리했다. 소나무를 잘라 쌓아 놓은, 무더기는 다 탈 때까지 옆을 지켜야 했고, 남아있는 불씨에 다시 불이 붙은 곳은 달려가 발로 밟고, 갈고리로 헤집으며 정리했다.

날이 더워도 산 속이라 어떨지 몰라 조금은 두꺼운 등산복을 입고 왔는데, 얼굴은 번들거렸고, 옷과 마스크는 축축할 만큼 땀에 절어 있었다. 등산화를 못 찾아 신고 온 운동화는 불티에 구멍이 쑹쑹 나있다. 앞선 이들이 지나간 곳은 길이 되어 있었다. 방화선을 따라가며 다시 불붙은 곳은 끄면서, 선두를 쫓았다. 어느덧 정오가 지났다. 모두 모여 있는 곳에 오니, 후위조와 교대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중간 지점으로 내려가려고 일어서는 분위기였다.

최초 투입되었던 곳에 다가갈 즈음 나무 쓰러지는 소리가 쿵하고 들려 그쪽을 올려다보니 사람들이 혼잡하다. 나무 밑동에 불이 났던 나무는 그 둔중한 무게를 이기지 못했나 보다. 주변에 있던 대원들은 모두 깜짝 놀란듯하다.

올라올 때는 마을이장이 안내를 했는데, 내려가는 길은 그도 헷갈려했다. 내가 후미로 온 기억을 되짚어 한 곳 한 곳 길을 찾아 중간 지점으로 향했다. 중간지점에서 김밥을 먹고 있는데, 위쪽에 다친 이가 있다고 구급대가 올라왔다.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하며 올라와 구급대를 안내했다. 방향만 안내하고 내려오는 길에 최초 잔불 정리구역에 다시 발화가 되었다. 주변에 있던 셋이 남아 다시 불을 껐다. 불을 다 끌 즈음 후위 조가 올라왔다.

처음 투입되었던 우리 조는 아래로 내려와 대기했다. 한참이 지나서 마을 경계 명령이 떨어졌다. 오후가 되어 바람이 거세어져 불이 더 확산된 모양이다. 마을 하나를 지키기 위해 4개 조로 분리해서 나누어졌다. 나는 마을 소화전이 있는 마을회관 조였다. 이때부터는 지루한 대기의 연속이었다.

헬기는 계속 시끄럽게 윙윙거리고 불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이러다가 밤에도 지키고 있어야 하나 싶은 걱정이 들었다. 날이 어두워지고서야 귀가명령이 내려왔다. 내일 밝아지면 다시 이 일이 이어질 것이다.

사람들이 사는 게 참 쉽지 않다. 조그마한 불씨에도 삶은 위태로워진다. 그들을 지키는 것이 또 우리의 일이다. 자랑스럽기도 하고, 고된 하루였다고 자조도 하며 빨리 비라도 와서 이런 상황이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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