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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r 29. 2023

문학 칼럼78(영미 문학)

19세기 영국의 대표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이 주는 의미

[문학칼럼] 19세기 영국의 대표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이 주는 의미

민병식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구두쇠 '스쿠르지 영감'으로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롤의 작가, 찰스 디킨스(1812 ~ 1870)는 19세기의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다.  영국의 남부 해안 도시인 포츠머스에서 하급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 빚을 지고 감옥에까지 간 아버지 때문에 일찌감치 학업을 중단하고 구두약 공장에서 일하는 등 고단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 시절의 기억이 너무 고통스러워  시간이 오래 지나 서도 공장 근처에 가지 못했고 그때를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고 고백한 바도 있다. 대표작으로는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롤, 데이비드 코퍼필드, 어려운 시절, 두 도시 이야기, 위대한 유산등이 있고  그의 작품 속에는 생생하게 묘사된 19세기 런던의 삶은 물론, 병든 노동자, 부패한 공권력, 노숙자, 협잡꾼 등다양한 인간 군상이 망라 되어 있다.

사진 네이버

작품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1837년 ~ 1901년)이 통치하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은 산업혁명이 절정을 이루고 자본주의가 극도로 발달한 시기였으며, 식민주의의 팽창으로 대외적으로 세계 최고의 강국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런던은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사람들은 신흥귀족인 젠트리 계급으로 신분상승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이었다. 국외적으로는 대영제국의 칭호로 세상을 호령했으나  급속도의 성장 이면에는 계급의 갈등과 빈민층의 희생이 있었다.


'위대한 유산'은 고아 출신의 주인공 '핍'이 자기 일생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첫째, 주인공  핍이 매형, 누나와 함께 살면서 범죄자 매그위치와의 만남, 해비샴의 저택에서 에스텔라와의 만남  부분, 둘째 모르는 후원자에게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고 런던으로가서 신사 교육을 받는 부분, 셋째는 후원자가 범죄자인 매그위치 임을 알게 되고 유산 상속이 취소되면서 크게 실망하나 자신의 잘못을 깨다고 진정한 신사로 거듭나는 세 부분의 덩어리로 구성된다.


주인공 핍은 부모가 없는 고아로 결혼한 누나의 손에서 길러지는데, 대장장이인 매형 '조' 아래서 견습공 노릇을 하며 살아간다. 누이는 핍에게 언제나 큰소리를 쳤고 따뜻한 애정이라고는 조금도 보여주지 않는다.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의 묘지에서 슬픔에 겨워 울고 있던 핍이 위압적이고 협박조인 말투로 무섭게 대하는 탈옥수를 만나게 되는데, 핍은 협박에 못이겨 탈옥수에게 먹을 것과 줄칼을 가져다 준다. 어느 날 이웃의 거부 '헤비샴' 양이 자신의 양녀인 '에스텔라'의 놀이 친구로 핍을 부르면서 새티스 하우스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에스텔라를 만난다.헤비샴 양의 수양 딸인 에스텔라는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거만하고 냉정한 태도로 핍을 무시하고, 핍은 그녀로 인해 자신의 신분과 외모, 그리고 하층민이었던 대장장이 매형에 대한 수치스러움을 느낀다.  헤비샴 양은 결혼식 날 약혼자에게 버림받은 충격으로 웨딩드레스와 그때 그 방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남성에 대한 복수심을 지닌 여자다. 그녀는 에스텔라를 이용해 남자들에게 자신의 복수를 하려 하고, 끊임없이 핍에게 에스텔라를 사랑하도록 종용하기도 한다.


헤비샴 양 집에서의 생활이 끝나고 그후 약 4년간 매행 조의 조수로 일을 하게된 핍에게  런던에서 '제이거슨'이라는 변호사가 핍을 찾아온다. 제이거슨은 핍이 엄청난 유산을 받게 되었음을 알려주며 런던에서 상류층의 예법과 신사가 될 수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핍은 은연중에 그 후원자가 헤비샴 양일 것이라고 짐작하며 에스텔라와 결혼할 꿈에 부푼다. 런던으로 온 핍은 우연히 새티스 하우스에서 만났던 '허버트 포킷'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의 아버지에게 교육을 받으며 상류층의 삶에 적응해 간다. 또 변호사 제이거슨의 사무실에서 그의 서기 '웨믹'을 만나 교류하고 서서히 신사의 자질을 익히면서 핍은 점점 매형 조를 창피해 하고 무시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외국에서 교육을 받고 고향으로 온 에스텔라를 만나는데 에스텔라가 속물 신사인 '드러믈'과 사귄다는 소식에 절망한다. 어느 날 낯선 신사가 런던에 있는 핍을 방문하고, 핍은 그가 예전에 자신이 도움을 준 죄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이름은 '매그위치'로 체포된 뒤 식민지로 추방되었지만 재산을 축적하게 되자 자신에게 먹을 것을 주었던 핍을 몰래 후원해 준 것이다. 처음에 그의 존재를 외면했던 핍은 천한 신분 때문에 사기를 당하고 감옥에 수감되었던 그의 삶을 동정하게 되고 매그위치를 속인 사람이 '컴피슨'이었으며 그가 바로 헤비샴 양의 약혼자였음을 알게 된다. 또, 매그위치에게 딸이 하나 있었다는 것도, 그의 부인은 바로 제이거슨 집의 하녀 '몰리'이며, 에스텔라가 그의 딸임을 알게 된다. 핍은 허버트와 함께 몰래 그의 탈출을 돕지만 결국 경찰에게 발각된 매그위치는 체포되는 도중 큰 상처를 입고 죽게 되며, 그로 인해 핍의 유산 상속은 물거품이 된다.


헤비샴은 자신의 양녀 에스텔라를 이용해 핍에게 사랑의 상처를 줌으로써 자신이 입었던 사랑의 상처에 대해 복수를 한 것이다. 핍은 그녀의 계획대로 상처를 크게 입었고, 그녀는 이런 핍의 모습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회한과 눈물로써 용서를 구한다. 다음날 난로의 불이 그녀의 옷자락에 붙어, 집이 모두 타 없어지게 되었다. 핍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불로 뛰어들었다가 중상을 입는다. 한편 그와 함께 신사의 과정을 밟은 허버트는 부친으로부터 무엇이 진짜 신사인가를 배운다. 마음으로부터 신사가 아닌 사람은 태도에서도 진짜 신사가 될 수 없다고 허버트는 믿고 있다. 하류계급 출신의 핍이 에스텔라를 쫓아 다니는 동안, 허버트는 일부러 돈 한푼 없는 클라라와 약혼함으로써 자기 자신에 속해 있는 위선적인 계급에 도전한다.


결국 진정한 신사는 시골 대장간에서 묵묵히 정직한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핍의 매형인 조였다. 이제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어버려 의지할 곳이 없는 핍을 유일하게 간호해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조다. 조는 비록 대장장이이기는 하나, 내면에는 진정한 신사만이 가질 수 있는 온화함이 넘쳐흐른다. 그는 영원한 핍의 보호자다. 자신을 비난하고 떠난 핍이 모든 꿈이 물거품이 되고 빚과 열병으로 고생할 때 빚을 다 갚아 준 것도 매형이었고, 그를 끝까지 돌보아 준 것도 매형 조였다. 조와 함께 진실한 인간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비디인데, 그녀는 시골학교 선생으로 조의 부인이 괴한의 습격으로 부상당했을 때 집안사람들을 돌봐준 착한 여인으로 핍의 누나가  죽은 후 결국 조의 아내가 된다. 핍이 오랜 방황 끝에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매형 조와 비디 사이에 난 딸을 '핍'이라고 이름 지은 것이 다름 아닌 자기에 대한 사랑의 표시임을 알게 된다. 핍은 매형에게서 위대하고 진실된 인간을 보고 비로소 자신이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았음을 깨닫게 된것이다.


찰스 디킨스의 후기 소설 중 하나인 이 소설은 성인이 된 주인공이자 화자인 핍이 과거를 회상하는 1인칭 시점 소설이다. 특히 어린 소년이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난 뒤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성장 소설'의 형식을 따르는데 디킨스는 교회 서기인 웹슬 씨나 헤비샴 양, 그리고 출신 성분만 신사인 드러믈, 냉정한 변호사 제이거슨 등 핍이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인물을 통해 인간의 위선적인 태도와 가식, 비 도덕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또한 신사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고 그 삶을 영위하던 핍이 결국 그토록 동경하는 신사 계층이나 상류층 사람들의 인간성이 자신이 경멸한 매그위치나 매형 조보다 못하다는 깨달음을 통해 인간이 지녀야 할 진정한 자질을 강조한다. '위대한 유산 ' 핍을 끝까지 돌보고책임져준 매형 조의 사랑과 따뜻한 인간성이 우리가 우리의 사회와 후세에게 물려주어야할 이기와 위선으로 점철된 현대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유산이 아닌지 되돌아 보게 한다.


우리는 누구에게 어떤 유산을 물려줄 것인가, 수시로 가정 폭력과 아동 폭력이 난무하여 깜짝 놀라게 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자녀에게만 인격적으로 열과 성을 다해 키워도 힘에 부치는데, 먹고 살기도 바쁜 세상에 누가 하나  죽어나가도 그때 뿐인 망각의 세상에 나는 어떤 유산을 남길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디킨스는 산업혁명 시대의 어두운 이면을 예리하게 들춰냈다. 아동 노동 등 열악한 노동 현실과 빈민들의 밑바닥 삶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비판했고 힘 없는 사람들의 편에 섰고 사회 개혁을 촉구했다. 서민의 입을 대변하고 개혁을 촉구한다면서 자신은 귀족의 삶을 살아왔던 모두가 용이 될 필요가 없다는 가재나 개구리, 도마뱀으로 살아도 괜찮다고 한  썪어 빠진 어느 정치인의 궤변처럼 거짓 선지자는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계속되는 경제 불황으로 인해 고통받는 계층이 더 늘어나고 있고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점점 작아지는 지금 '함께'라는 마음이 그 어떤 때 보다 필요한 시기에 우리는 우리의 후세에게 어떤 유산을 물려줄 것인 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할 시기다.

사진 네이버(위 배경사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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