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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Apr 17. 2023

당신은 지금 안녕한가

문지혁 장편 ‘초급 한국어’

[문학칼럼] 문지혁 장편 ‘초급 한국어’가 묻는다. 당신은 지금 안녕한가

민병식


문지혁(1980 ~ )작가는 인천 강화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에서 인문사회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단편 소설 ‘체이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장편소설로 ‘초급 한국어’, ‘중급한국어’, ‘블리온’ 등과 소설집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사자와의 이틀 밤’ 등을 썼고 ‘라이팅 픽션’,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등을 번역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글쓰기와 소설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이 작품은 작품의 주인공 이름이 작가의 이름과 같다. 작품의 배경 또한 작가가 유학했던 뉴욕으로 작가의 자전석 소설이 아닌가 추측하게 되기도 한다. 모범생 문지혁은 회사를 잘 다니다가 그만두고 대학원 문예창작과에 들어가지만 글이 재미없다는 주변의 평가와 함께 온갖 공모전에도 계속 떨어진다. 자신의 꿈을 찾던 문지혁은 이민작가가 되어보겠다는 꿈을 갖고 뉴욕으로가 1년 반만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근처 대학에서 초급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시간강사일을 얻게 된다. 전공은 인문사회학이었지만 한국인인 까닭이다. 지혁은 한국을 떠나온 지 1년 반만에 직장을 얻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다가왔다. 지혁은 학생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하지만 대답하는 학생이 없고 표정이 어두워진다. 학생들에게 발음을 몇 번씩 따라하게 하고 '안녕하세요'는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인사라고 영어로 설명을 해준다. 한 학생이 안녕하세요의 뜻을 묻는다. 지혁은 “Are you peace?”라고 알려주지만 학생들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


동생에게 부재중 전화가 떴다. 불길한 예감에 전화를 하자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한다. 지혁은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은, 는’과 ‘이, 가의 구별, 띄어쓰기, 높임법 등 실생활에서 무심고 사용했던 말들이지만 난해한 구석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지혁은 초급한국어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서툰 한국어처럼 자신의 인생도 여전히 서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머니의 상태는 계속 안 좋아지고 자신을 풀타임 강사로 추천했다는 동료 교사의 말을 듣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미끄러지고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사전을 보면 안녕의 의미는 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다. 안부를 전하거나 물을 때에 쓴다고 되어있다. 외국인 학생들에게 '안녕하세요?'는 외질문조차 이상한 ‘평화 속에 있으세요?’라고 묻는 문장이 되어버린다. 그만큼 한국인은 안녕이라는 말을 중요시 한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왜 안녕이라는 말에 집착하는 것일까. 가난하고 힘들던 시대에 밤새 무슨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그만큼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 나라의 역사가, 우리 들의 삶이 불안정하고 어려운 과정을 겼어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이민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한국어 교수법의 어려움, 풀타임 강사 자리의 쉽지 않음과 어머니의 병환, 모든 것이 맘대로 풀리지 않은 안녕하지 않은 상태의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작품은 우리가 매일 매일 무의식 중에 하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통해 전세금 사기를 당한 사람, 사업에 실패한 가장, 독거인의 자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세상에서 한 치앞도 안보이는 불안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를 걱정하면서 안부를 묻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당신은 지금 안녕한가.’ 라고 말이다.


사진 전체 네이버(위 배경사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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