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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y 17. 2023

낙동강 세평 하늘길을 날다

여행 에세이

[에세이] 낙동강 세평 하늘길을 날다

민병식


수천 년을 멈추지 않고 흘러온 강물은 어디서부터 시작하여 얼마나 아득한 먼 길을 왔을까.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물과 함께 우리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인간의 삶이 탄생하였다. 흐르는 낙동강 줄기를 따라 걷다 보면 강이 얼마나 많은 생명의 삶과 소멸, 그리고 탄생을 지켜보았을지 세월의 유구함과 자연의 위대함에 대해 저절로 경건해 진다.  경북 봉화에 사는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곳, 한 마디로 세상의 먼지와 온갖 공해에 찌들어 있는 마음을 정화 시킬 수 있는 쉼터이고 휴식처, 바로 낙동강 세평 하늘길이다.


우리나라를 관통하는 낙동강은 아름답고 수려함으로 치자면 강 중에서 최고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은 트레킹 코스를 따라 펼쳐진 낙동강 물길과 영동선 철길을 따라 걷는 낙동강 세평 하늘 길이라 말하고 싶다. 쭈욱 짜면 금방이라도 파란 물감이 쏟아질 것같은 승부의 하늘에서 해가 서서히 내려와 낙동강 물에 몸을 담그고 강이 붉게 물들을 무렵의 장엄한 노을과 함께 분천에 도착하는 트래킹, 어느 역무원이 지었다는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라는 명언 같은 글을  뒤로 트레킹을 시작한다. 코스는 경북 봉화군에 있는 분천 역에서 승부 역까지 경로와 승부 역에서 출발하여 분천 역 까지 갈 수 있는 코스,  모든 코스를 다 가지 않고 짧게 골라서 다녀오는 코스 등 여러 개의 코스가 있다. 그 어떤 방식으로 트레킹을 하여도 낙동강을 따라 이어진다.


아들과 함께한 여행, 우리는 열차를 먼저 타고 승부역으로 가서 승부역에서  분천으로 오는 트레킹 코스를 택하였다. 분천역에서는 승부역까지 협곡열차로 이동하였고 승부역, 세평하늘길, 양원역, 체르마트길, 비동승강장을 거쳐 분천역까지12.27kpm, 네 시간 정도를 트래킹하여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한 나절 정도가 걸렸다.우리나라 최고의 절경인 이곳은 그리 무리하지 않고도 가족과 또 연인, 친구들, 심지어 어린아이들과 함께라도 천천히 대화하며 즐길 수 있지 싶다. 수많은 사람 들이 함께 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는데  그동안 도시에서 기계의 부속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의해  막힌 가슴을  뻥 뚫어줄 정도로 경관이 너무나 아름답다. 강아지가꼬리를 흔들며 짖어대는 산촌 마을의 반가운 인사부터 푸르른 나무 들이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웃음 소리, 바닥까지 들여다보이는 냇물의 청아함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까워 눈에 담아 영원히 간직하고싶은 생명의 맑음과 평안함의 연속이었다.


현대인은 누구나 바쁘게 세상을 산다. 아빠와 엄마는 일하느라 바쁘고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하느라 바쁘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가정은 있어도 가족은 없다. 아파트와 시멘트벽에 갇혀 사는 아이들, 어찌 보면 공부해야 성공한다는 어른들의 고정관념과 그릇된 욕구가 아이들을 강요된 학습으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도 예외는 아니다. 직장에서 책상 위에 잔뜩 쌓인 서류와 전쟁을 해야 하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말 못할 부담, 부모로서 또 자식으로서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은 쉬지 않고 돌아가는 복사기와 같은 삶 의 반복이다.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모난 돌, 높이 튀어나온 것이 있으면 부딪치지 않고 피하여, 어떤 풍파와 힘든 일이 있어도 멈춤이 없이 흐르는 낙동강의 강물은 현대를 사는 우리들 에게 삶의 여유를 갖으라고 말하는 듯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아들을 바라보며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하다. 늘 좋은 일, 행복한 미래만 있기를 바라지만 힘들고 트레킹의 오르막길 처럼 어려운 세상과 싸우며 삶의 쓴 맛을 맛 볼 것이다. 그러나 걷다가 낙동강의 강물로 목을 축이고 세평 하늘길의 꽃향기가 듬뿍 섞인 바람에 땀을 식혔듯이 휴식의 달콤함을 알게 될 것이다. 잠든 아들을 보니 무엇을 생각하는지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도 낙동강 세평 하늘길을 걸으며 산과 나무와  생명의 강물과 대화를 하고 있는지 무척이나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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