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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y 29. 2023

문학 칼럼109(스웨덴 문학)

프레드릭 베크만의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사랑을 정의하다

[문학칼럼] 프레드릭 베크만의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사랑을 정의하다

민병식


이 시대의 '디킨스'라고 불리는 '프레드릭 베크만(1981 ~ )', 유명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였던 그는2012년 '오베라는 남자'로 성공적인 데뷔를 하여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7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였고 전 세계적으로 도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또한, '오베라는 남자'는 2023년에 '톰 행크스'주연의 '오토라는 남자'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 주요작품으로는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 있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베어타운', '일생일대의 거래', '우리와 당신들',  '불안한 사람들', 'The Winners'  등이 있다.


오베라는 남자로 유명한 프레드릭 베크만의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은 금방 읽을 수 있는 짧은 소설이지만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엄청 두텁게 다가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소설에는 할아버지와  아들, 그의 손자, 그리고 먼저 죽은 할머니 이렇게 딱 네  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할아버지와 손자 '노아'는 날마다 점점 작아지는 광장의 벤치에 앉아 있다. 낯설고도 어딘가 익숙한 이곳에서는 할머니의 정원을 가득 채우던 히아신스의 달콤한 향기가 난다. 수학을 사랑하는 것 말고도 통하는 게 많은 두 사람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할아버지는 문득 아내에게 반했을 때, 그리고 아내를 떠나보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기억을 더듬는다. 아직까지는 처음 만난 날처럼 생생하지만,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올까 두렵다. 할아버지는 가끔 아들인 노아의 아빠 '테드'와 나란히 벤치에 앉을 때도 있다. 수학 대신에 글쓰기와 기타치기를 좋아한 테드는 늘 멀게만 느껴지는 아버지를 애타게 바라본다.점점 더 희미하고 혼란스러워지는 이 특별한 공간에서 노아와 테드, 할아버지는 히아신스 향기를 맡으며 천천히 작별하는 법을 배워간다.

아버지의 광장은 하룻밤이 지날 때마다 자꾸 작아진다. 점점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가 그의 머리 속에서 죽은 아내를 만나고 아들 테드와 손자 노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이 소설의 대부분이다. 그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에 죽음이 갈라놓은 아내에 대한 사랑, 손자와의 애틋한 대화가 가슴을 저미게 하는데 나는 그 중에서도 죽은 할머니에 대한 할아버지의 사랑은 커다란 감동을 준다


"눈 한 번 깜짝하니까 당신과의 시간이 전부 지나가 버린 느낌이야"


그가 말한다


그녀가 웃음을 터뜨린다.


"나랑 평생을 함께 했잖아요. 내 평생을 가져갔으면서."


"그래도 부족했어"


사랑을 하게 만드는 호르몬은 페닐에틸아민 (PEA)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열정, 행복감, 흥분, 긴장, 유쾌함을 유발하는 천연 각성제 신경 전달 물질이라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사랑에는 마약의 주성분인 암페타민 성분이 들어있어서 구름에 올라 탄 기분을 느낀다는 것인데 유효 기간은 기껏 길어야 3년이라고 한다.


작품의 테마는 사랑과 이별이다. 알츠하이머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와 그의 아들, 손자와의 사랑과 순응하는 이별의 준비가 하나고,  이미 이별한 먼저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사랑이 또 하나이다. 이미 죽은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평생을 함께 살았으면서도 부족했다는 할아버지의 사랑은 3년이 아니라 30년, 40년을 넘어 할머니의 죽음 후에도 계속되었다. 사랑의 정수다. 첫 만남에 가슴 떨리는 상대를 만나지 못하고 나이는 들어가고 어쩌면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혹은 자신에게 애정공세를 퍼부을 때  사랑은 타이밍이고 부부는 정들며 산다는 구시대적 사고 방식의 틀을 적용한다면 그 사랑은 대안이 없다. 정으로 산다는 말이있다. 그러나 정으로 산다는 것은 세월의 의무로 그냥 사는 것이지 사랑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또,  사랑의 중심이 있어야 정도 생기고 연민도 생기고 책임감, 의무감도 생긴다.  

할아버지의 평생 사랑이 부러운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만남과 헤어짐을 밥먹듯이 하는 세상이다. 아무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사랑만큼은 진짜 소중한 가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이별이란 다시는 그 사람의 모습을 다신 보지 못하고 그 사람의 목소리를 다시 듣지 못하는 것이다. 인생은 억만년을 살 것처럼 길어보이지만 지나간 시간을 보면 순식간이다. 죽음이 갈라놓은 할아버지의 그리움을 생각해보면 오늘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마지막 날이라고 할 때 어떤 사람과 사랑할 것이고 어찌 살아야할지 답은 나온다.

사진 네이버(위 배경 사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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