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는 일용직 노동자이다. S를 알게된지는 약 일년정도 되었고 사회복지관련 일을 하는 지인을 통해서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직업을 가진 그는 밥보다는 막걸리를 좋아하는 듯 하다. 어쩌다 한 번씩 들러 안부를 물을라치면 어김없이 막걸리 한 병, 캔 통조림 한 개가 방 한구석에 놓여있다.
며칠전 안부가 궁금하여 그가 거주하고 있는 여인숙에 들렀다. 한 평 남짓한 방에 달랑 침대 하나, 공동화장실과 공동 샤워실을 사용해야 하고 음식을 해먹을 공간은 없다. 마치 굴속에 들어간 듯 입구부터 복도를 지나도록 빛 한점 들지않는 어두컴컴한 구석진 방, 그곳이 그의 보금자리인데 흔히 말하는 달 방, 즉 월세를 다달이 선불로 내야하고, 흔히 불리우는 고시텔보다도 환경이 열악하고, 월 25만원의 월세를 내지 못하면 스스로 나가야하는 것이 그곳의 불물율처럼 되어있다고 한다.
똑똑 노크를 한다. 대답이 없다. 크게 소리를 쳐 이름을 불러보았다. 낮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뭐여!" 라고 크게 소리치고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계속 부르니 문을 열어준다.뿌연 담배연기가 자욱한 방에서 잔뜩 인상을 찌뿌린 얼굴하나가 불쑥 고개를 내민다.
"어? 난 또 누구시라구" "어쩐 일이유?"
"밥이나 드시나 보러왔죠. 식사는 하셨나요?"
얼굴이 뻘건 것을 보니 아침부터 한 잔 한 것이 틀림없다.
"아침부터 술을 드시면 어쩝니까? 술 좀 줄이시라니까요. 식사하시러가요 나도 아직 안먹었으니"
머뭇거리는 S를 반강제로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래도 식사는 하셔야지요. 굶고 술만 먹으면 죽어요"
근처 해장국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밥은 교회가서 먹어요. 요즘 겨울철이라 일도 없고 아침에 인력사무실에가도 일이 없어서 쉬는 날이 많아요 "
"막걸리는 월급받았다고 같이 일하는 사람이 사줬지. 지난 번엔 차비가 없어서 허탕치고 걸어왔는데 다닐만 해유"
겸연쩍은 듯 웃으며 뼈해장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물마시듯 마신다.
"추운데 여기까지 와서 밥까지 사주고 미안허네"
연신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며 이깟 밥 한 그릇이 머라고 황송해하는 모습에 오히려 내가 고맙기도 하고 가족도 없이 혼자사는 그가 안쓰럽기도 하다.
겨울의 한복판에 들어와있는 즈음 영하의 날씨에 보일러를 틀어도 추울텐데 흔한 전기장판 하나 업히 겨울을 나는 고통은 생각해 본적도 없는 내겐 참 생소한 장면이지만 그의 삶은 늘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최근 6개월 사이에 방을 옮긴 것만 3번째, 물론 그 달방도 구하지못해 아는 사람들에게 얹혀 산적도 많다고한다.
그래도 S는 형편이 좀 나은 편이다. 노동일이나마 스스로 일을 하려는 의지가 있고 추운 겨울을 버틸 잠잘 곳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쪽방 생활을 하는 달동네 사람들, 전철역주변, 광장, 공원에 심지어는 겨울을 나기위해 산으로 올라가 토굴에서 지내는 노숙자도 있다. 어떤 이는 사업실패로, 어떤 이는 사고로 가정이 해체되고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되어 신용불량자가된 사람들이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어떤 의욕도 없이 술에 의지하여 하루하루 보내는 사람, 국가에서 제공하는 시설이 싫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람 등 온갖 질병과 위험에 노출되어 건강상태가 좋지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때는 그들에게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을 것이고 꿈과 희망이 있었을 것이다.
휘황찬란한 도시의 밤, 커다란 빌딩 들과 수없이 굴러가는 자동차, 번쩍거리는 네온싸인의 뒷면에는 어둠의 그늘이 있다. 경제 악화의 한파로 소외계층의 삶은 계속 열악해져가고 있는 즈음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란 무엇인가? 귀족의 의무란 뜻으로서 현대적 의미로는 정신적 귀족으로서의 의무이기도 하고, 출신 성분보다는 사회 계층적으로나 또는 남들 위에 서서 일하는 지도자로서의 의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지도층으로서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의무를 지니는 것을 의미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스스로가 감사의 조건이 많아져야하고 작은 것에 만족하고 고마워하는 중심이 있어야만 조금이라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마음이 생길 건이다. 내가 조금더 손해 보겠다는 양보의 미덕은 감사의 마음에서 부터 출발한다. 작고 따뜻한 마음의 조각들이 모여서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기에 과자 몇 상자, 라면 몇 상자 들고가서 이웃돕기의 인증샷을 찍고 돌아오는 것이 증거를 남겨야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해도 성의를 다한 정성이 보태지면 더 아름다울 것이다.
칠천원 짜리 뼈다귀해장국 하나로 진정한 감사의 마음을 받았다면 내가 더 행복하지 아니한가? 작은 베품 하나가 따뜻한 마음 나눔의 바탕 될것이고 다시 일어서려고하는 그들에게 격령와 응원의 디딤돌이 될것이다.
아침부터 날이 꾸물꾸물 하더니 눈이 내린다. 소복소복 지붕을 덮고 나뭇가지 위에 쌓여 온 세상이 하얗다. 펄펄 내리는 눈이 대지를 순백색으로 덮듯 따스한 마음 들이 포근한 사랑으로 세상을 가득 덮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 모두가 내가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작은 불씨 하나 나누어 줄 수있는 난로같은 마음으로 강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기원한다.
그림 문길동, 배경사진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