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휴먼 에세이 19

by 한결

오늘 따라 구름이 잔뜩 낀 것을 보니 비가 올 수도 있겠다. 흐린 주말, 오전 시간을 산책으로 즐기는 중이다. 저 멀리 공장의 굴뚝이 내뿜는 연기가 더해져 회색빛의 침침한 색깔이 하늘을 지배하고 있다. 토요일은 황금 같은 시간이다. 막상 출근하면 별 것도 아닌데 일요일 오후가 되면 월요일에 회사를 나가야하는 부담감에 그런지 조금은 마음은 흐린 색이 된다. 휴일은 늘 짧다. 특별한 무언가가 없음에도 금요일이 오면 활짝 펴졌다가 일요일이면 찌푸려지는 얼굴, 하루 이틀도 아닌데 매번 이런 것은 그만큼 평상시 삶을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겠다. 세상은 아주 혼란스럽고 번잡해서 살아가는 모든 것이 내 마음 같지 않다. 으레 그러려니 하고 산다지만 생존의 정글인 세상에서 버티기 위해선 강한 내공이 필요하다. 회사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좋은 일도 있겠으나 질투, 갈등, 편 가르기 등 부조리가 일어나기 마련인데 편하지만은 않은 요소들이 섞여있는 곳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다.


살면서 서로 부족함을 감싸고 이해하고 돕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무척이나 힘들어 보이는데 이러한 것 들은 결국 개인 이기심의 발로에서 찾을 수 있다. 내가 우선이 되어야하고 내가 더 많이 가져야하는 생각들이 지배하는 순간 순수함은 저만치 달아난다. 그러다보니 불법과 편법을동원해서라도 얻고자하는 것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는 모습들을 보게 되는데 바로 세상살이의 특권을 갖기 위한 몸부림이다. 경쟁사회다 보니 매일 삶의 전투를 치루는 것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으나 혼자 다 가지려고 하는 욕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려는 비도덕성은 공정함을 헤칠 뿐만 아니라 인간성 자체를 파괴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뻔뻔한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마음이 있다면 저 공장 굴뚝에서 뿜는 검은 연기 같은 매연의 마음이겠다.


어린 시절 고향마을은 굴뚝이 달린 아궁이를 사용했다. 아궁이에 마른 솔가지나 짚을 넣어 불을 붙이고 산에서 해온 나무를 넣고 불을 때 음식을 해먹고 난방을 했다. 저녁 어스름에 집집마다 굴뚝에서 밥 짓는 연기를 피워내는 광경이 얼마나 정감이 가고 아름다운지는 시골에서 살아본 사람만의 특별한 기억일 것이다. 그런데 이 굴뚝이란 놈이 제 기능을 하려면 연기가 잘 빠져야하는데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주지 않으면 아궁이 안에 재가 쌓이고 굴뚝 연통 안에는 그을음이 달라붙어 연기가 잘 빠지지 않을 뿐더러 더러 시커먼 연기가 나오기도 하고 때론 공기 소통이 되지 않아 불길이 아궁이로 역류하여 매캐함을 분출시켜 불 때는 사람의 눈물 , 콧물을 쏙 빼놓기도 한다. 반면에 주기적으로 재를 치워주거나 쇠꼬챙이를 사용하여 안쪽의 굳은 때를 벗겨낸 굴뚝은 면 퐁퐁거리며 연기를 잘 뿜어낸다. 연기의 색깔도 구름 같은 흰색에 가깝다. 바로 공기의 순환이 잘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는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시절이지만 어린 시절의 굴뚝이 때때로 그립다. 밥을 짓는 굴뚝 연기는도시인들에겐 고향을 그리는 향수의 대상이고 공허한 마음을 달래주는 푸근함의 상징이다. 그 옛날 고향마을 어느 집의 굴뚝에서 아침 저녁으로 연기가 나지 않으면 곡식이 떨어진 신호였다. 마을 사람들은 자기들도 없는 형편에 연기가 나지 않는 집에 쌀도 한되 가져다 주고 마른 옥수수도 주면서 그 집의 굴뚝 연기가 그치지 않게 하는 따뜻한 정이 있었다. 바로 우리 선조들께서 가르쳐주신 전통적인 공동체 의식이다. 그러나 지금은 옛날보다 잘사는 세상이 되었어도 남의 집 굴뚝에 연기가 나는지 안나는지 관심조차 없다. 뉴스에서 쉽게 접하는 아픈 소식 들, 컴퓨터에 수십 개의 자기 소개서가 빼곡히 저장되어 있는 청년의 죽음, 가족과 단절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중년의 고독사,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소외노인의 비명횡사 등이 사라져간 지금 우리 굴뚝의 상징이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로터 단절되어 홀로 살다가 고독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사망해서도 한참이 지나 발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는데 과연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책임이 없을까.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누군가와 정을 나누고 마음을 함께하는 것, 이것이 휴머니즘이라면 그리해야 할 것이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서, 변화하는 세상에서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지에 대해서 생각해야할 시점에 존중과 사랑사이에서 행복해야할 삶이 어느새 부터인가 날카로워지려고 한다. 들판의 이름 없는 풀조차 서로를 다독여 가며 살고 있는데 우리 인간은 날카로운 세상에서 혼자가 되어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유한한 삶의 쳇바퀴를 타고 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엇을 위해 사는 삶인가를 되돌아보면 어떤 것이 중요하고 불필요한 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고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누구에게라도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마음이 어렵고 힘든 시대, 겸양의 마음으로 함께 사는 세상을 다시 배워야 할 듯하다.


문득 잊고 있는 것을 찾아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고향의 마을에 있던 굴뚝은 지금 사라져 버리고 없지만 우리 마음 안에 있는 굴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궁이에 욕심을 넣으면 굴뚝에서 탐욕의 연기가 나오고 이기의 그을음이 삶의 선순환을 막을 것이니 스스로 마음의 때가 있는지 점검하고 깨끗이 청소한 후 불을 지펴야할 것이다. 내 마음의 굴뚝에 베품과 연민의 나무를 잘 쪼개어 넣고 사랑으로 불을 붙이고 따뜻함의 연기를 내뿜어 그 옛날 평화롭던 고향마을의 정경처럼 평화롭게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언제 흐렸냐는 듯 구름이 싹 걷히고 맑고 파아란 하늘이 나타나 나를 감싼다.


사진 네이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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