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칼럼21(독일 문학)

하인리히 뵐의 '천사는 침묵했다'에서보는 당신의 천사상

by 한결

하인리히 뵐의 '천사는 침묵했다'에서보는 당신의 천사상

민병식


하인리히 뵐(1917-1985)는 독일 출생으로 쾰른 대학에 입학해 독문학과 고전문헌학을 공부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나치 군에 징집되어 6년간 프랑스, 소련 등 여러 전선에서 복무하기도 했고 탈영 경험도 있다. 1949년 병사들의 절망적인 삶을 묘사한 ‘기차는 정확했다’를 시작으로, 참혹한 참전 경험과 전후 독일의 참상을 그린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고 1953년에 출간한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로 비평가와 독자들 모두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작가로서의 대성공을 거두었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문제작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등의 작품을 집필했고, 1972년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전후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를 넘어, 행동하는 지성이자 ‘국가의 양심’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이 작품은 작가인 하인리히 뵐이 1950년에 발간하기로 출판사와 협의를 마쳤는데, 막판에 출판사는 발행을 거부하였고 작가가 죽은 뒤인 1992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해설자는 소설에 전쟁의 분위기가 너무 짙어서 세상에 공개되지 못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전쟁의 참화와 상실의 아픔에 초점을 맞춤 작품으러 비록 전범국이긴 하지만 독일 역시 파멸한 상황에서, 상실과 피로에 휩싸인 국민들이 좋아하지는 않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소설은 ‘폐허 문학(전후 문학)의 원형’이라 할 만큼 종전 직후 초토화된 상황을 매우 섬세한 언어로 표현한다.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폐허의 모습은 슬픔과 상실의 감정을 넘어 단지 춥고, 배고프고, 피곤하다는 것 이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1945년 독일이 항복하던 날, 탈영병 한스 슈니츨러는 같은 부대 소속의 군 법무관 서기였던 빌리 곰페르츠의 부인인 엘리자벳 곰페르츠의 부인을 만나기 위해 빈센트 수도원을 찾아간다. 빌리는 한스의 탈영을 돕는 과정에서 한스와 옷을 바꾸어 이보 총에 맞아 죽는다. 한스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빌리의 부인에게 비고와 유산 전체를 아내에게 상속한다는 유언이 적힌 쪽지를 전하러 간 것인데 병원에서 빌리의 부인이 퇴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탈영병 신분에 가진 것 없는 한스는 병원에 걸려있던 주인 모를 여자 외투 하나를 입고 나오게 되고, 이후에 외투 주머니 속 쪽지 내용을 참고해 주인을 찾아 돌려주러 간다. 외투의 주인은 레기나라는 여인이었는데 전쟁 막바지에 아기를 잃고 넋이 나간 상태지만 한스에게 편의를 베푼다. 한스는 곰베르츠 부인을 만나 군복을 전해주고 부인은 군복 속에서 유언장을 찾는다. 모든 유산을 부인에게 주겠다는 유언이었다. 그 무렵 빌리의 곰베르츠 부인은 병을 앓고 있었으나 전쟁 후 어려운 사람들에게 빵을 나누어주는 등 자선활동에 매진하고 있었다. 며느리가 자선활동에 재산을 자선활동에 쏟아 붓자 시아버지는 불만을 터뜨리고 곰베르츠 부인의 아주버님인 피셔 박사가 방해를 한다. 모든 재산을 신부에게 기부하며 전 재산을 빈민구호에 써달라고 하고 죽는다.



한스와 레기나는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게 되고 곰베르츠 부인에게 증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려고 했으나 이미 부인은 죽고, 남편의 유서 마저도 피셔 박사에게 빼앗기고 만다. 곰베르츠 부인의 장례식이다. 비가 내리고 대리석 천사상이 진창에 쓰러져 있다. 피셔 박사와 빌리의 아버지는 천사상을 딛고 서있고 아들의 유언장을 찢어버린다. 두 사람의 무게에 눌려 천사상을 진창 속으로 자꾸 가라앉는다.


이 작품은 전쟁의 아픔을 총격전이나 피로 물든 울부짖음으로 그려내지 않고 전쟁 직후라는 상황 하에서 인간의 선함과 비루함을 대조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전쟁의 후유증을 더 부각시킴과 함께 우리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해 묻고 있다. 전 후에도 빵을 굶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피셔박사와 곰베르츠 부인이다. 그러나 둘의 모습은 다르다. 피셔 박사는 돈을 쌓아두고자 하는 사람이었고 곰베르츠 부인은 돈을 가난한 사람 들을 위해 나누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사회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전쟁 중이 아니라도 코로나 19, 취업 불안, 어려운 경제 속에서 누군가의 어려움이 내가 나서서 도와야 할 일일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나랑은 상관없는 다른 세상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인리히 뵐은 묻는다.


“여러분의 천사상은 바로 서 있습니까?, 아니면 진창 속으로 점점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까?”


사진 네이버 발췌(배경 화면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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