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행운과 행복의 차이
민병식
여름의 막바지, 가을이 오려하는 길목임에도 화단에 클로버가 천지다. 토끼가 제일 좋아하는 먹이라고 해서 토끼풀이라는 또다른 이름을 가진 클로버, 하얀꽃을 손목 위로 가도록 감으면 마치 시계 같다고하여 시계풀이라는 이름의 클로버 는다양한 이름 만큼이나 시골이 아니어도 도심의 공원이나 잔디밭이 있는 곳이면 흔히 볼 수있다. 클로버는 99%이상이 세개의 잎을 가지고 있는데 아주 흔치 않은 경우 네 잎을 가진 클로버를 만난다. 사람들은 네잎 클로버를 찾으면 행운이 찾아 온다고하여 눈이 빠지게 네잎 클로버를 찾기도 하는데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고, 세 입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니 나는 행복이 행운보다는 훨씬 자주 만나는 감정 이니 굳이 네잎 클로버를 찾을 필요가 있는지 반문하곤 한다.
행복과 행운의 차이는 무엇일까. 내 시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나 역시도 길을 지나다 초록의 바다를 만나면 발걸음 속도를 줄이고 혹시 네 잎의 행운이 내 눈에 띄지는 않을지 살펴 보게 되는데 살면서 네잎 클로버를 발견했던 적은 한 두번을 제외하곤 거의 없었던 것같다. 쭈그리고 앉아서 네잎 클로버를 찾는다는 행위 자체가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있다는 뜻일게다. 일종의 혼자 하는 놀이 같은 것이라고 할까. 푸른 물 가득 머금고 서로 누가 빨리 크나를 경쟁하듯 고만고만한 잎 들이 모여있는 클로버 밭에서 세 잎인지 네 잎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확률없는 게임을 하는 그 시간 자체가 그냥 행복이다. 그런의미로 본다면 클로버는 내게 행운보다는 행복의 감정으로 다가온다.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네 잎을 찾느라 여기 저기 휘저으면서 아무 생각없이 클로버 밭을 짓밟고 세 잎은 마치 네잎을 위해 존재하는 들러리로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면 지금은 세잎이나 네잎이나 소중한 초록이고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의 추억을 만나는매개체
이다. 시골살이를 해본 경험자들은 토끼에게 먹이로 주어본 경험도 있을 것이고 반지나 시계를 만들어 손가락에 감고 놀던 추억도 있을 것이며 청소년기에 네잎클로버를 만나면 조심 조심 뜯어서 책갈피 사이에 넣고 말린다음 코팅을 해서 책갈피로 쓰거나 소중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는 등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세잎은 내 눈에 뜨이는 여기저기 널려있는 행복의 조건들이고 네잎은 어쩌다 가뭄에 콩나듯 만나는 행운인데 내 손에 행운이 잡히면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되고 행복의 조건이 많아지면 삶 자체가 행운인 것을, 행복과 행운 사이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공원 길을 산책한다. 16층아파트 안에서 공중부양한 채로 살다가 밑을 밟으면 시멘트바닥이 전부인 나의 삶, 그래도 공원에는 나무가 있고 푸르름이 있고 땅을 숨 쉬며 살아가는 클로버가 있다. 오손 도손 클로버 잎들이 인사를 한다. 세잎, 네 잎이 무엇이 중요하냐고, 서로 사이좋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키 큰 나무를 부러워하지 않고 예쁘게 핀 꽃 들을 시기하지 않으며 자신 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듯 푸르디 푸른 모습으로 꿋꿋이 일상을 지키는 모습이 보기 좋다. 천천히 걸으며 삶에 지친 발걸음을 응원해주는 초록의 싱그러운 에너지에 잠시나마 세상을 잊는다. 늘 척박한 환경에서도 언제 어디서든 초록을 발산하는 힘, 아무리 밟아도 아무리 뽑아도 솟아나는 생명력은 청춘의 힘을 상징하는듯 하다.
누구나의 기억 속에는 추억이라는 보물을 지니고 산다. 여름 휴가철 바닷가로 휴가를 가면 조개껍질 하나 쯤 기념으로 가져온다든지, 강으로 가면 예쁜 돌을 찾아 소중히 챙겨집으로 가져와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감상을 하면서 언제 어디서 가져온 것이라고 그때를 회상하면서 즐거웠던 행복의 순간을 소환하기도 한다. 예쁜 돌과 조개껍질을 찾는 그 시간은 행복, 맘에드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행운, 그넣다. 행복과 행운은 늘 함께 있는 거였다. 마음을 따스히 하면, 내가 누군가에게 행운이 될 수 있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다. 너도 나도 힘들고 어려운 이 때, 행운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먼저 남에게 행운이 되는 행복을 누려 봄은 어떨까. 어쩌면 우리는 행운과 행복이 같은 것임에도 더 큰 것을 갖고 싶은 욕심으로 눈이 빠지게 행운만을 찾다가 가진 행복마저 놓쳐 버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