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르르 또르르 계곡 줄기 따라 물이 흐른다. 커다란 바위를 배경으로 산으로부터 흘러 내려와 냇가를 이루고 멈추지 않고 늘 같은 모습으로 나를 만난다.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흘렀을 그 물소리가 참 정겨운 곳, 푸른 숲, 나무 내음 사이로 손을 꼭 잡고 둘레길을 걷는 연인들이 있는 곳, 조용하면서도 청춘의 열기가 가득찬 곳, 경기 가평이다. 대학시절 MT가게되면서 처음 알게되었고 간간이 숲속의 내음이 그리울때면 찾는곳인데 내가 사는 곳에서 많이 멀지 않고 가까운 곳에 남이섬, 아침고요수목원 등이 이 있어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사계를 즐기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곳이지만 나는 이곳을 주로 여름과 겨울에 찾는다. 여름에는 계곡 낚시를 하여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여먹기도하고, 시원한 계곡물에 수박을 담그어 놓았다가 쪼개어 먹는 맛이 일품인데다가 근처에 낚시터도 있다. 특히 계곡 줄기따라 녹음이 가득 우거진 올레길을 걸을때면 바람과 초록빛 나뭇잎들의 속삭이는 소리와 이름 모를 들꽃의 향기를 맡으며 도시의 탁한 공기에 찌든 가슴에 신선한 자연의 향을 불어 넣고, 강을 이루는 어귀까지 물길따라 숲길따라 걸으며 무거웠던 마음을 내려 놓기도 한다.
또한 어둠이 내리는 시간에 붉게 물드는 노을 빛이 산자락을 넘어가는 어스름한 해질 녘, 자연의 풍경을 담아 차 한 잔 하노라면 어느덧 별 총총 밤하늘이 가득하고, 귓가에 울려 퍼지는 부엉이 소리와 풀벌레들의 울음소리는 지칠대로 지친 심신을 달래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겨울에는 산을 배경으로 눈내리는 풍경이 일품이어서 펜션 벽난로 앞에서 익어가는 고구마의 구수한 냄새와 탁탁 불꽃을 튀기며 빨갛게 타들어가는 장작불 소리를 들으며 창밖 설산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김춘수 님의 "사걀의 마을에 내리는 눈" 을 연상시킬 정도로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거기에 더하여 읽고 싶은 책이 곁에 있으면 세상 어떤 것보다 소중하고 고귀한 나만의 시간을 소유하게 되어 부러울 것 없는 최고의 순간을 맛본다.
냇가의 물이 흘러 강물이 되고 강물이 모여 바다로 가듯 나의 세월도 계속 흐르고 흘러 어느새 중년이 되었다. 어깨에 진 짐을 무거워서 내려놓고 싶을 때가 왜 없었을까? 버틸 수 밖에 없는 책임감과 의무감,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회한도 있었을 것이고 모든 것이 행복하지만 않았을터ᆢ앞만보고 달려온 삶의 경주에서 잠시 쉴틈도 없었던 내게 산과 숲과 나무는 더할나위 없는 마음의 안식을 준다.
바쁨과 물질을 쫒아 흐르던 중 뒤를 돌아보니 이미 흘러버린 시간의 물줄기는 거꾸로 되돌릴 수 없게 되었고, 치열하게 살고있는 현실을 벗어나 순간이라도 안식하고 싶을 때 지나고 보면 잠깐 통과하여 스쳐 지나가는 간이역은 희노애락의 모든 순간들이 찰나인데 나는 바다로 가는 어디쯤 와있을까?
밤은 깊어가고 모두가 잠들어 있을 시간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갖는 휴식이다. 창문을 연다. 깜깜한 밤, 산 속에서부터 불어오는 초록 냄새가 금새 방안에 그득해진다. 한 낮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어도 강한 비바람이 불어도 숲과 나무는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있으면서
" 언제 든지 찾아오렴, 나는 늘 여기에 있을테니 지치고 힘들 때든, 보고싶을 때든 자리를 내어줄께"
이렇게 속삭이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