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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Oct 03. 2023

아슬아슬 고향 방문기

초고령화시대 에세이 4

[에세이] 아슬아슬 고향 방문기

민병식


부모님께서 고향에 가보고 싶다고 하신다. 내가 어릴 적 살던 고향 집은 아버지께서 노후 자금을 마련한다고 이미 판 지 오래고 아버지께서 어렸을 때 조부모님과 살던 집터 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지금, 가봐야 잠시 앉아있을 곳도 없고 화장실 사용할 곳도 변변찮은데 이 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며 굳이 가셔야겠다고 하니 거역할 수도 없다. 노환에서 오는 장애로 행동이 느리고 부자연 스러운 부모님을 모시고 몇시간 거리의 차량이동은 매우 불편할뿐만 아니라 차에서 앉아서 간다고는 하나 다녀오고 나면 부모님도 힘들어 하셔서 후유증으로 아프기라도하면 또 응급실행을 해야 해서 피하고 싶은 일이 되었으나 안갈 수가 없는 노릇이다.


아침 아홉시가 조금 넘어 출발한다. 따스한 가을 볕이 차창 안으로 스며들고 하늘은 먼지 하나 없이 맑다. 오늘은 짜증내지 않고 웃으면서 잘 다녀와야

지라고 굳게 다짐하며 간다. 어느 순간 구리휴게소,

부모님 두 분 다 화장실을 자주 가시는 편이라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부러 쉬었다가기로 한다.


"어머니, 화장실 가셔야죠. 다음에 휴게소 없으니 이번에 가세요."


몇번이나 의향을 물어보았으나 괜찮다고 하신다.

아버지의 화장실 사용 후 차에 모셔다 드리고 나도 볼일을 본 후 화장실에서 막 나오려는데 어머니가 화장실 입구 앞에서지팡이를 짚고 서있다.


"화장실 가려고 나왔다"


혼자 다니면 위험한데 가자고 할 때는 안가시고 아니면 기다렸다가 같이 가자고 하시던지 이럴 때는 참 난감하다. 산책 시 노인용 워커에 의지해 모시고 다녀도 불편한데 바닥이 미끄러운 공중 화장닐은 지팡이 하나로는 위험천만이다. 뇌경색과 기립성 저혈압으로 자주 넘어지셔서 골절상을 입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다가 부축하여 차로 모신다.  자꾸 지팡이를 헛짚으셔서 보호자 없이 다니는 것이 불가능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제발 좀 혼자 다니지 좀 마세요."


오늘의 첫 고비를 이렇게 넘겼다. 이렇게 저렇게 고향에 도착한다. 아버지께서 살던 집터의 지적도를 꺼내 여기서 부터 저기까지라고 대충 경계를 가르쳐주신다. 정년퇴직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의 나는 인생 후반기를 안온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귀향을 꿈꾸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거창하게 귀농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니고 작은 이동식 주택이나 농막을 구비해놓고 살 참이다.

아버지께서 좋아하는 음식인 생선 구이로 점심을 먹는다. 식당이 꽤 넓은 데도 빈 자리가 많지 않다. 어머니께서는 어딜가나 화장실 사용이 문제다. 빈도가 잦을 뿐 아니라 한번 들어가면 사용시간이 오래걸린다. 생선구이집 식당은 식당 외부에 위치해 있는데 남여화장실이 각 한 칸씩밖에 없다. 사람은 그리 많은데 화장실이 한 칸이니 줄서서 차례를 기다릴 수 밖에 없고 어머니가 들어간뒤로 한 아주머니가 줄을 섰다. 나올시간이 되었는데  나오질 않으니 밖에서 인상을 쓴다. 저만치 밖에서 기다리다가 다가가 양해를 구했다.


"제 어머니가 들어가셨는데 워낙 연로하셔서 좀 느리세요.  죄송합니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던 아주머니가 사라진다. 오늘의 두번 째 고비를 넘겼다. 그래도 아주 맛나게 점심을 드신 부모님을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읍내에 위치한 이제는 남의 소유가 된 고향집에 들렀다. 고향집은 새로운 주인이 집을 모두 허물어 공터가 되었다. 이젠 집의 흔적조차 없이 그 자리엔 내 키만한  잡초가 자리하고   찾을 때마다 나를 반겨주던 대문 옆에 있던 향나무 세 그루가 볼품없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본다. 


고향 집을 아끼던 내 마음을 알고 있으신듯 아버지는 자꾸 출발하자고 연신 재촉 하신다.  그래도 아버지께서 살던 집 터라도 남아있으니 다행이다. 남의 집이된 고향집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겠지만 고향과 나를 이어주는 끈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먼 훗날 부모님을 기억하고 어린시절을 추억하며 그렇게 은퇴 후의 삶을 살다가 그렇게 한 줌 흙이되어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것이고 그렇게 자연은 순환 될 것이다.

부모님을 댁으로 모셔다드린다. 이렇게 저렇게 고향 방문을 마쳤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탈없이 부모님을 모셔다 드렸다는거다. 날이 점점 추워지는 즈음 내년 봄이나 되어야 다시 고향에 가볼 수 있을 것인데 부모님을 또 모시고 갈수 있도록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고향에 갈때마다 조부모님 납골당 갈 때마다 올해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말을 몇년 째 듣고 있긴 하지만 날로 쇠약해지는 부모님을 뵈올 때 그말이 진짜 현실이 될까 두렵기만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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