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결 Nov 10. 2023

'밥 한 번 먹자'의 의미

힐링 에세이

[에세이] '밥 한 번 먹자'의 의미

민병식


동료이나 친구들과 전화를 하다보면 그 인사의 끝은 늘 '밥 한 번 먹자'이다. 그 많은 '밥 한 번 먹자'중에서 진짜로 밥을 먹은 것은 손에 꼽는 정도인데 그것도 주말에 짧은 점심이 대부분이다. 물론 으레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서운하거나 아쉽지는 않다.


간혹 이런 사람들도 있다.


"다음 주  어때?" 또는 "다음 달 시간 되면 한 번 보자"

라고 인사를 주고 받는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구체적인 것 같지만 구체적이지 않은 아이러니다.


우리나라는 밥을 꽤 중요시 여긴다. 농경 사회에서  겪으며 살아온 세월이 밥이 생존의 바로 미터이며 밥을 먹었는지, 밥은 안먹었는지가 중요한 안부

인사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밥과 관련된 인사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식사 하셨습니까", "밥 잘 챙겨 드세요" 등은  밥을 통한 인사말이고, "밥값은 벌고 있습니다","겨우 밥만 먹고 살아요" 등은 그 사람의 경제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말이 있는가 하면, "밥값  좀 해라", "밥맛 떨어져" 등은 상대를 비하하는 부정적인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것은 '밥'이라는 용어가 우리 삶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실례라 하겠다.


'밥 한 번 먹자'는 상대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말이고 상대가 중요한 존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밥을 사 달라는 것도 아니고 말한 사람이 밥값을 내겠다는 표현이 내포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니 가깝다고 느껴지지 않으면 ''다음에 또뵙겠

습니다'' 라고 격식을 차리는 인사를 할 것이다.  우리가 함께 밥을 먹는 대상은 누구인가. 가족, 친구, 연인, 동료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즉, 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과  생존 활동을 공유 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과 거의 밥을 먹지 않는다. 결국 밥 한 번의 의미에는 어떤 이의 마음 속에 나를 함께 식사할 중요한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니 얼마나 감사한 말인가. 인사만 받고 밥을 함께 못 먹는다고 해도 슬퍼하지 말자. 상대가 밥 한 번 먹자고 인사를 했다는 것 만으로도 상대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리라.


밥의 모습을 떠올린다. 아버지의 늦은 귀가를 기다리면서 아랫목에 묻어 놓은 밥, 올망 졸망한 아이 들의 눈망울을 보면서 사랑을 듬뿍 담아 지은 한 톨 한 톨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 담긴  밥, 밥은 우리의 주식이기도 하면서 정이며 사랑이다.  비록 어머니의 밥이 아닐지라도 우리의 마음 속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그 누군가와 밥 한번 먹자. 약속은 하지만 막연한, 실행되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러나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주고 받으며 추억을  떠먹을 시간을 함께 갖자는 것, 말만  들어도 감사하지 않은가. 함께 할 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는 거다.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따뜻한 밥 한끼 못먹어 굶주리는 사람이 있다면 밥 한 번 먹자의 마음을 나누어도 좋을 것이다. 꼭 친한 사이가 아니라도 좋다. 우리 그 누구라도 함께 밥 한 번 먹자. 밥 한 끼의 마음을 나누자. 작지만 커다란 마음을 나누어 주는 세상의 따뜻함은 밥 그릇안에 있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작가의 이전글 노숙인과 오천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