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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Nov 08. 2023

노숙인과 오천원

힐링 에세이

[에세이] 노숙인과 오천원

민병식

 

주말 아침, 충북 청주에 갈 일이 있어 아침부터 서둘렀다. 지갑도 꼭 챙기고 휴대폰 보조 배터리도 챙겨야한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가려는데 소파 위에 오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보인다. 그냥 놔두고 나갈까 하다가 그냥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네이버 길찾기를 통해 알아보니 ktx광명역에서 오송역까지는 약 한 삼심분 정도 걸리고 오송에서 버스를 타고 청주 도심까지 가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부랴부랴 길을 나선 후 일찍 서두른 탓에 예상보다 오송역에 일찍 도착했다. 버스가 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근처 한가한 장소를 찾아 벤치에 앉으려는 찰나 앞에 있는 벤치에 내 나이 또래의 노숙인 한 분이 앉아 있다. 침낭 한 개와 옷 가방 한개, 생필품 넣은 가방 한개, 언제든지 신속 이동이 가능한 단촐한 살림살이가 그의 곁을 지키고 있다.



눈이 마주치 노숙자 아저씨가 내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 하세요".


"배가 고파서 그러는데 천 원만 주세요!"



평상시 카드만 가지고 다니는 지라 현금이 없어 줄 돈이 없었는데 그러고 보니 아까 바지 주머니에 오천 원을 넣어 두었던 것이 생각났다.


‘아! 이건 저 분 돈이네.'


아침에 지폐를 가지고나온 이유나 있었다.


“여기요, 날이 추워지는데 주무실 때는 있나요?”


“원래는 대전역 지하상가에서 있었는데 사정이 있어 어제 이리로 왔습니다.”


“ 날이 점점 추워지는데 건강 잘 챙기십시오!”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노숙자에게 큰 거리낌은 없다. 천 원만 달라고 하면 찾아보고 있으면 꼭 준다. 굳이 있는 것을 없다고 하면서 아낄 필요도 없고 사지 멀쩡한 사람이 일은 안하고 구걸한다고 욕할 생각도 없다. 이미 그들은 그들이 경험할 모든 최악의 상황을 겪고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사람 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건강 상태가 좋을 리가 없다.


혹자는 노숙자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루 종일 술에 쩔어 살고 냄새나는 복장에 잘 씻지도 않고 덥수룩한 수염으로 기차역이나 공원 등지에서 미관을 해치고 혐오감을 주는 그들에게 가까이 갈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어찌 보면 내재된 불만이 나를 향해 튀어 나올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그들도 그중에는 한 때 가정이 있던 사람 들도 있었겠고 평범하게 저마다의 삶을 살거나 살려고 했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일반인들의 노숙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다. 멀쩡한데 왜 저러고 있을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재기를 꿈꾸려고 해도 방법과 가능성과 희망이 없는 사람 들이 대부분이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절망의 눈빛과 우울한 표정,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에 자신들이 몸과 정신이 스스로 망가져 가뜩이나 우울하고 힘들 것인데, 굳이 나까지 비판에 가세하고 싶지는 않다. 오천 원, 식당에서 밥 한 끼 사먹을 수도 없는 적은 돈이고, 매일 주는 것도 아닌데 어쩌면 건네주기도 부끄러운 금액이다.


'미안합니다. 밥이라도 사드 실 수 있도록 드려야하는데 현금 가진 것이 이거 밖에 없네요'


속으로 마음을 전한다. 그가 고마워하지 않아도 괜찮다.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 눈 깜짝할 사이 겨울이 다가와 점점 추워질 것인데 노숙 인이 어찌 겨울을 날지 걱정이 된다. 어떻게 하겠다는 희망조차 꿈꾸기 쉽지 않은 그들의 삶, 그들의 자활을 도와 새 출발을 결심하는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도 쉽지 않다. 가끔 주변의 노숙인 들을 만날 때 빵도 사주고 컵라면도 사주곤 하는데 무슨 큰 도움이 되겠는가만 그래도 꺼지지 않은 불씨 하나가  활활 장작불을 만들듯이 우리 모두가 나보다 더 힘든 이를 위해 베풀고 위로한다면 작은 것이라도 그들에게는 희망의 손 내 밈이 될 것이다.


버스를 타려다 뒤를 돌아본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던지 아랑곳없이 중년의 이방인은 아까 내가 앉았던 벤치를 요삼고 햇빛을 이불삼아 어젯밤에 설친 잠을 다시 청하고 있다. 그나마 오늘 해가 떠서 참 다행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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