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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Nov 23. 2023

나와 질경이의 시간

마음 에세이

[에세이] 나와 질경이의 시간

한결


도시든 시골이든 동네 뒷산이나 길거리에서 어디서든지 볼 수있는 풀이 있다. 이른 바 사람이 다니는 길에 난다고 해서 '길경이'라고도 불리고 마차 앞에서 발견 되었다는 중국의 전쟁사에서 유래한 '차전초'라고도 불리는 질경이인데 이 질경이라는 풀이 얼마나 생명력이 강하나면 질경이는 공원의 잔디 밭에도 아파트의 외벽과 지면이 맞닿는 모서리의 틈새에도 사람 들이 수도 없이 다니는 인도에도 어김없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 잔디밭에도 바글바글 할정도 많은데 누가 일부러 관심을 주지 않아도 홀로 싹을 틔우고 살아가는 당당한 식물의 왕이다.


질경이는 사람이나 동물의 발에 붙어 씨앗을 퍼뜨리는데 이는 아무리 밟혀도 죽지않을 뿐더러 오히려 밟혀야 번식하는 역설의 생명력을 상징한다고 하겠다. 이렇게 탁월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식물답게 질경이의 쓰임새는 사람에게 이로운 약재로써의 기능이 탁월했다. 삶아서 나물로 먹기도 하고 끓여서 차로 마시기도하며 말린 후 약재로 사용하기도 하였으니 지천에 널려있다고해서 함부로 취급할 것이 아닌 소중한 식재료이며 약초인 것이다.

사진 네이버


질경이는 땅이건 산 비탈이건 자신이 있는 곳의 척박함을 불평하지 않는다. 마치 이리저리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운명인 양 세상에 순응한다. 수많은 사람 들의 발에 짓밟히고 커다란 트럭이 짓누르고 지나가 잎이 너덜너덜 헤지고 흙바람이 불어 뒤덮여도 어떻게 해서든지 생명을 이어간다. 세상이 주는 어떤 고난과 고통이라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마주하며, 꽃을 피우고 씨앗을 퍼뜨리는 것이다. 질경이의 삶은 거센 세상의 파고를 헤치고 메마른 환경을 이겨내며 끈질기게 살아가는 불굴의 정신이다.


날이 점점 추워지면 꽃들은 시들고 나무도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 채 숨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의 질경이는 추위를 두려워 않고 끝까지 세상과 마주 하려한다. 겨울을 재촉하는 무서리가 하얗게 내린 그 싸늘한 새벽의 찬 기운도 꿋꿋하게 버티어낸 후 한 겨울 눈 속에 파묻히고 나서야 잠시 숨을 고른다. 그러나 생명의 열정까지 사그라든것은아니다. 이 땅의 모든 생명체가 겨울잠에 빠진 혹한의 날씨에도 질경이는 땅 속에서 계속 삶의 기운을  꼼지락 거리고 있다.


그렇다면 길고 긴 겨울 동안 질경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제나 저제나 올까 땅 속에서 바깥을 기웃거리며 봄을 기다리다 얼음의 땅을 뚫고서 마당의 솟아오르는 초록의 전령사 역할을 자처한다. 질경이라고 해서 어찌 볕 좋고 흙 좋은 곳이 싫을까. 양지바르고 비옥한 땅은 이미 온갖 화려한 꽃 들과 아름드리 나무가 자리 잡았다.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질경이에게 미치지 않는 까닭이다. 그러나 험지로 밀려나고 구석으로 쫒겨날 지라도 실망하지 않고 자신의 생을 살아가고자하는 마음을 긍정과 희망으로 외친다.


시멘트로 뒤덥힌 길가에 틈새 사이로 사람 들의 구둣발에 하도 밟혀 납짝하게 널부러진 초췌한 질경이가  상처난 얼굴로 웃고 있다. 이 혹독한 삶과 죽음의 세상에서 질경이는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내일을 놓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낮게 살아가지만 가장 고귀한 쓰임을 받는 자신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묵묵히 견디고 있는 우리 ㄷ들에게 어려움에도 굴하지 말고 꽃을 피우라고 말하는 듯하다.


누구나의 어깨엔 지워진 삶의 무게가 있고 오르막 내리막의 고비가 있다. 살면서 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것, 기나긴 삶의 여정 중에 발을 헛디뎌 넘어질 때 사람들에게 밟혀서 만신창이가 되어도 버티어 내고 햇빛 잘 들고 양분이 풍부한 땅을 차지하지 못하고 구석진 응달로 밀려나도 불평하지 않으며 은근과 끈기로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질경이를 보면 점점 삭막해지고 살기 힘들어지는 지금의 삶에 조금의 위안이 라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 노년으로 가는 길목에서 나는 질경이의 그 꿋꿋함과 당당한 모습을 사랑하며 내게 주어진 시간을 살고 싶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사진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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