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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Nov 29. 2023

[희 곡] 해피 타운 4

노인과 질병 그리고 치매

[희 곡] 해피 타운


4. 해피타운 7호실


조명 밝아지며 다음날 오전 해피타운 7호실, 노인들이 침상에 앉아 있는 가운데 우당탕 소리와함께 남녀 학생들이 떠들며 들어온다.


노박사(찡그리며) : 마네킹 시간이구만.


박노인(의아한 표정) : 마네킹이요? 무슨 소리세요?


김노인(빙긋이 웃으며) : 조금 있으면 알게 돼.


남학생 :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김노인 : 아이고! 어서 들와요. 우리 같은 노인들 때문에 귀한 발걸음을 해주셨네.


여학생1 : (김노인을 향하며) 할아버지. 제가 안마부터 해드릴께요.


여학생2 : (박노인을 바라보며) 전 할아버지 해드릴래요.


남학생 : 전 화장실 청소 할래요.


박노인 : 화장실 깨끗하던데, 깨끗해요. 할게 없을거야.


김노인(박노인에게 눈짓하며 아주 조용하게) : 쉿! 봉사 활동하러 온 학생들인데 뭐라고 하면 안돼. 매니저 말로는 후원이 끊긴다나 뭐라나.


박노인(눈치 빠르게) : 아. 시원하다. 아이고 좋다.


김노인 : 손주가 해주던 안마보다 더 좋네.


남학생 : 할아버지 청소 아주 깨끗이 해놓았어요.


김노인 : 아이쿠! 고마워요. 학생들이 와서 이렇게 안마도 해주고 청소까지해주니 아주 깨끗해졌어요.


여학생1 : 이제 손톱 깎아드릴께요.


여학생2 (노박사에게 다가가며): 저두요


김노인 : 깎을게 별로 없을 거야.


노박사(떨떠름하게) : 손톱이 남아있을지 모르겠네.


박노인 : (눈치 빠르게 학생들을 보고) 나 깎아줘요. 어제 들어와서 정리를 못했거든.


봉사활동이 끝나고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나간다.


같은 날 오후 말벗 아주머니 봉사단이 입장한다


아주머니 1 : 안녕하세요. 말벗 아주머니 봉사단에서 왔습니다. 말벗해드리려구요


박노인 : 말이야. 뭐 우리 셋이서도 충분해요.


김노인(박노인에게 눈짓을 하며) 안그래도 심심한 차였는데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주실려나.


노박사 : 또 뵙는 군요.


아주머니2(노박사를 바라보며) : 제가요. 발맛사지를 배웠거든요. 이번에 어르신 해드릴께요. 함 받아보셔요.


노박사 : (우물쭈물하며)아이쿠 이런 황송할 데가 있나. 찾아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발맛사지 까지요.


아주머니2 : 자, 우선 마사지 전에 발을 닦아 드릴께요.


노박사 : (발을 내어주며)혹시 낙원 스테이는 가보셨나요? 그곳에 도움의 손길이 더 필요할 것 같은데요.


아주머니1 : 거긴 중환자들만 있어서 가기가 좀 그래요.


김노인 : 왜죠?


아주머니 2 : 치매노인도 많고 봉사하기가 쉽질 않거든요.

왠만한 사람은 못해요. 그곳은 거의 호스피스 수준의 지식과 투철한 사명감이 있어야해요. 그래서 국가에서 비용을 대고 사람을 고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꾸 줄어든 데요. 그냥 어차피 같은 돈이면 가정에 출퇴근하는 요양보호사가 편하죠. 저도 한 번 해보려고 갔다가 치매 할머니가 별의별 욕을 다해서 도망치다시피 나온적도 있어요.


김노인 : 그 정도 인가요?


아주머니 2 : 그정도는 약과예요. 똥을 싸고 온갖 것에 문지르고 당신 손으로 주물러서 범벅이 되는 경우도 있다던데요. 그럴 땐 손톱 밑에 낀 똥을 닦아줘야한데요 자기 똥이 묻어도 더러운데, 아뭏든 낙원은 요양보호사든 자원봉사자든 대단한 분들이세요.


노박사 :  외람된 말씀이지만 아직 우리는 혼자서도거동이 가능하니 낙원에 계신 노인들을 위해 자그마한 봉사활동이라도 부탁드립니다.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보살펴 드린다든가. 몸은 못움직여도 의식 있는 분 대화상대도 좋구요. 할수있는 한에서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주머니 봉사단 말없이 마사지를 마치고 퇴장한다.


노박사 :  자네 들, 지금 우리나라 치매 노인 인구가 얼마인 줄아는가?


박노인 : 잘 모릅니다.


노박사 :  자그마치 200만명이 넘어. 20년전에 비해 100만명이 넘게 늘었어.


김노인 : 그렇게나 많이?


노박사 : 지금 우리나라 인구가 4천만명 정도 되는데 그중에 절반이 노인인구야. 그 노인 인구에서 10분의 1이 넘게 치매를 앓고 있고 낙원 스테이에 있는 노인 들은  그중에서도 아주 정도가 심한 중증 환자 들이겠지.


김노인 : 제기럴. 나도 치매 걸리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ᆢ


박노인 :  형님들, 우울한 이야기는 그만 하시고 TV나 보면서 좀 쉬시죠.


암전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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