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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Dec 06. 2023

쉼이 있는 풍경

감성 에세이 1

[에세이] 쉼이 있는 풍경

민병식


타닥타닥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들어간다. 거의 꺼져 갈 즈음 마른 장작으로 다시 불의 생명을 연장하는 곳 벽난로 안 이다. 아마 나의 삶도 그러했으리라. 나무에 처음 불이 붙을 때, 활활 타오를 때, 빨갛게 익어 숯이 되기 전의 재를 날리는모습들, 나고 태어나서 혼신을 다해 삶을 살았듯이 누군를 위해 따뜻함을 제공하는 장작의 사그러짐은 인간 삶의 과정을 보는 듯하다. 역시 이런 날은 창밖으로 눈이 펑펑 내려야 분위기가 제격이다. 그러나 눈이 오고  오지 않고는 하늘의 마음인 것을 내가 이리 생각하는 것도 욕심이겠다. 이렇게 불멍을 할 수있는 것에 대해 감사함이 먼저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타오르는 불만 바라보아도 편안한 시간,  멈춰있으면서 살아있는 고요한 강물같은 안정감이 주면서도 파도처럼 갑자기 휘몰아치는 이 시간을 어디에 비교할 수 있을까. 오랜만의 평안을 놓치고 싶지 않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불꽃이 사그러들 때쯤 장작 넣는 행위를 반복한다. 세상 걱정을 벽난로에 털어넣듯 집중, 또 집중이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바쁨 자체가 목표가 된듯하다. 왜냐하면 나를 위해 일이 존재하고 나의 행복을 중심으로 세상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오로지 바빠야한다는 의식이 지배하고 바쁘지 않으면 불안하다. 지금까지 우리의 사회는 개인이 조직의 부속품으로 소진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시간은 곧 돈이라는 관념에 지배되어 여가와 게으름이 분리되지 않은 의식 속에서 바쁜 것이 미덕이며 일의 질보다는 양이 능력을 결정했기에 나무를 태우고 그윽한 숲의 냄새를 맡으며 은은하게 타올라 온 방을 환하게 뎁혀주는 따뜻함이 아닌 증기기관차를 쉬임없이 달리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석탄을 쏟아부어 타오르는 기관실 같은 삶이었기 때문이리라.


바쁨의 중독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삶은 이제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내기 위한 바쁨이 자신을 잃어버리게 하면 언젠가 스스로를 태워버리는 번아웃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그런 이유로  힐링이 태어나고 소확행이 나온다. 여유를 찾는다면서 많은 사람 들이 한적한 곳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불멍을하고 밤하늘의  별멍을하고 공기 좋은 오지를 찾아 차박을 하고 경치 좋은 바다를 찾아 요리를 한다. 그것으로 행복하고 즐거우면 되는데 그것을 sns에 올려 남에게 보여주기 바쁘다. 진정한 멍은 사라지고 자랑만 남았다. 주객이 전도되어 쉬는 사간이 없어지고 오히려 쉼이 더  바쁘게 돌아간다.


따뜻한 벽난로 앞의 시간은 바쁨과 조급함과의 거리 두기이다. 코로나 19 펜더믹에 갇혀 거리두기를 하지 않으면 감염될 확률이 높듯이 자신이 마음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모른 체 하다가 결국 마음의 벽안에 갇힌 사람 들이 얼마나 많은가. 내 삶의 쉼을 갖자는 목소리를 못들은 척 했던 지난 날을 미련과 후회로 버리지 못했다면 이제 용기를 내본다. 사람 들이 왜 불멍을 좋아하는가. 몸이 따뜻해져서 만은 아니다. 몸의 따뜻함은 보일러 온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간단히 해결된다. 불멍의 따뜻함은 활활 타오르는 불빛과  장작이 타들어가면서 뿜는 나무 타는 내음이 허기진 마음을 데우기 때문이다. 바라보면 바라 볼수록 꼼착없이 빠져드는 소중함이다. 바로 온전히 나를 위한 배려인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게으름의 시간은 얼마든지  있고 그 게으름이 나를 살릴 것이다. 하늘을 지나가는 구름도  지나가면 같은 모습으로 찾아오지는 않는다.  외롭고 지칠대로 지친 가슴에 쉼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어떤 쉼이라도 좋다. 우린 쉼이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내가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고 회사도 행복하다. 나에게 꼭 필요한 쉼을 찾는 것이 진정한 행복을 찾는 첫걸음 아닐까. 삶은 뒤돌아보면 휙 지나가버린 바람과도 같다. 고개를 돌리면 저만치 멀어저간 찰나들의 집합체를 뒤로 하고 한 개비 또 한 개비 장작을 밀어넣으며 오늘의 쉼을 얻는다. 모든 것이 잠들어가는 시간, 내 마음도 조용히 밤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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