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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Dec 20. 2023

성탄절과 손난로

감성 에세이 3

[에세이] 성탄절과 손난로

민병식


금방이라도 눈 송이가 팔랑 팔랑 나풀거릴 것만 같은 하늘의 끝자락을 회색으로 수놓으며 겨울이 사색을 시작하더니 마치 거짓말처럼 눈이 내린다. 그러나 한 해를 시작한 삶이 수레바퀴를 굴려 골인 지점에 다다를 즈음, 첫 눈이 온지 벌써 한참이 지나고 크리스마스가 눈 앞에 있는 눈내리는 퇴근 길의 황폐함은 연말이라고는 상상할수 없다. 시끌벅적 거리던 젊음의 거리에는 먼 산 비안개가 자욱히 깔리듯 침묵이 잦아 들고,  울려 퍼지던 캐롤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간혹 불우이웃을 돕자고 외치는 구세군의 종소리만이 사람들의 여유없는 눈빛과 건조한 발자국소리에 묻혀 웅웅 거릴 뿐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겨울바다를 보러가겠다는  연인 들의 약속과 편안하고 포근한 곳에서 외식을 하려는 가족의 소소한 꿈마저도 종이 박스처럼 구겨지는 지금은 망가지는 경제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시원한 웃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겨울은 잠자는 계절이 아니라 봄, 여름, 가을동안 소진했던  삶의 영양분을  보충하고 다시 푸릇 푸릇한 봄을 맞을 준비를 하는 준비의 계절임에도 어렸을 때 양말을 머리맡에 걸어놓고 산타 할아버지가 다녀가시면 무엇을 선물로 넣어놓으실까 하는 기대감마저도 한 치앞  미래를 걱정하는 한숨소리로  바뀐  춥고도 추운 겨울이다.


올해는 주변의 어려운 사람이 더 어렵게 춥게 겨울을 나야할 듯하다. 갑작스레 몰려온 한파에 갈 곳 없는 노숙자, 연탄 한 장에 겨우 추위를 이기는 빈곤층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고 있고 월세를 내기도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없어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상공인의 눈물이 상가의 공실로 이어지는 풍경은 우울하기만하다. 아무리 어려워도 마음이 풍성해야하는데 모두가 나 살기 바쁘니 다른 곳에 눈 돌릴 틈이 없다. 그나마 한푼 두 푼모아 남몰래 선행을 하는 소시민의 이야기가 씁쓸함을 달래주는 그나마 유일한 따스함 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이 다가왔다. 아기 예수가 탄생한 날, 연인들은 데이트를 할 것이고 가족들은 모여서 축제를 열 것이다.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산타 할아버지가 가져다 놓은 선물을 열고 기쁨에 환호할 것이고 교회에서는 거룩하고 고요한 찬송이 울려퍼질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한참 어른 이지만 나도 올해 혹시 산타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신다고 하면 사양하지 않고 받겠다고, 자고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빨간 양말에 선물이 들어있다면이라는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하며 쓴 웃음을 짓는다.


강추위가 몰아닥친 올해의 성탄절을 앞두고 있는 즈음  나는 내 가족, 내 주변만 챙겼지 어렵게 사는 이웃을 위해 조그마한 마음을 보탠적이 있나 생각한다. 어려울 때 돕는게 진짜 돕는 것이라던데 기부라는 것이 꼭 많이 해야만 하는것은 아닌데 달랑 몇푼 내놓고 이것조차 하지않는 사람 들도 있을텐데 라고 생각하며 나이가 들 수록 점점 더 강퍅해져 간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의 마음을 나누는 것에 나는 왜 점점 인색해져만 갔던가. 조금 덜 어려운 사람 들이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산타의 역할을 해야하지 않나 싶다. 산타할아버지가 가져다주는 선물이 담긴 마차를 끄는 것이 루돌프라면 이 벅찬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의 리어커를 끄는 사람들에겐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그림의 떡일 것이다.  


점점 어렵고 살기 힘들어지는 시대, 어떤 누군가 에게 짊 지워져 있는 삶의 버거움을 한 톨의 쌀 알만큼이라도  덜어주었는지 돌아본다. 실로 부끄럽다. 가난을 견디지 못하고 굶어 죽는 난방도 안되는 곳에서 벌벌떠는 아이들의 슬픈 이야기가 지금은 없다고 말을 할 수 있을지, 후회의 눈시울을 적시기 전에 작은 마음이라도 나누고 싶다. 누구나의 삶은 중요하다. 그 누구나 중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선  사이에 놓인 다리를 건너는 사람 들, 너무도 어려운 지금이지만  따뜻한 겨울의  전부는 줄 수 없을지라도 내 한 쪽의 눈과 귀를 열고 작은 온기라도 떼내어 전할 수 있는 손난로가 되기를 다짐한다. 그것이 성탄의 마음이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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