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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r 17. 2024

D.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에서 보는 성

한결의 문학칼럼 17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David Herbert Lawrence, 1885~1930)는 영국의 소설가, 시인 겸 비평가로 대표작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그의 성철학을 펼친 작품이며 1928년 성 장면 등 외설적 표현 등으로 음란물 금지 우려로 영국에서 출판을 못하고 이탈리아 에서 발표하였다. 소설을 지금 읽어 보고 평가하면 누구라도 결코 음란물 이라고 보 지 않을 것이나 그 당시의 기준으로 보면 지금의 '포르노' 수준으로 취급받았다.  영국 법정에서는 판매금지 처분을 받은 출판사가 법정소송에서 승소하여 문학성을 인정 받았고 1959년에 출판된미국에서도 배포가 금지되었지만 법정 소송을 통해 승리하고 6백만부 이상이 팔려나가 대성공을 거둔 책이다.



리드 경의 둘째 딸 콘스탄스는 탄광 소유주인 귀족 클리퍼드 채털리와 결혼했으나,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남편은 6개월 뒤 하반신 불구가 되어 돌아왔다. 그는 탄광 경영에만 열중하고 문인들과 교제하면서 자신의 소설도 쓰지만 부부 사이에는 전혀 성 관계가 없어 콘스탄스는 우울증에 빠진다.


그때 아일랜드의 유능한 작가 마이클리스가 손님으로 초대되어, 그와 육체관계를 갖게 된다. 그러나 마이클리스는 자신의 쾌락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남자였고, 그녀에게 만족감을 줄 수 없었다. 공허감에 휩싸인 그녀는 어느 봄날 숲속을 거닐다가 산지기 멜로즈를 만난다. 그녀는 멜로즈에게서 따뜻하고 친절한 애정을 느끼고 삶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어 새로운 삶에 눈뜨게 된다.


로렌스는 이 작품에서 중산층 사람들의 위선과, 하층민들의 비애를 묘사하는 동시에 현대문명과 일상성 속에 묻혀버린 '사랑'의 원초적인 의미를 표현하려고 했다. 물론 작품에서 솔직하고 대담한 성행위 장면이나 묘사가 여러 차례 등장하고 있으나 이것은 성적 흥분이나 그 자체의 미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멜러즈의 성관계는 불륜이나 난잡한 성행위를 긍정하는 것이 아니다.  로렌스가 비판하는 산업 사회의 문제는 그것이 창조적인 인간다움을 말살해 버린다는 사실에 있다. 로렌스는 이러한 육체의 죽음을 막고 육체를 되살려 내는 일이야말로 현대 산업 문명이 치닫고 있는 파국을 면할 유일하고도 가장 근원적인 처방이라고 인식한다. 여기서 육체의 회복은 남녀 간의 건강한 육체적 접촉, 즉 자연스러운 성관계를 통해 실현된다. 따뜻한 가슴으로 이루어지는 성행위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부드러운 애정과 공감, 즉 살아 있는 접촉을 가능케 하는 출발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의 노골적인 성 묘사 측면만이 대중적으로 부각되면서 이 작품은 에로티시즘의 고전 정도로만 알려지게 되었으나  로렌스는 결혼 제도와 귀족과 노동자 간의 계급 대립의 문제가 본질적으로 성적 억압을 통해 유지되는 것으로 보고 이를 통렬히 비판하였다. 로렌스가 이러한 현대의 비극이 이성과 감성이 조화된, 생명력 넘치는 남녀의 관계를 통해 극복될 수 있다고 믿고, 그 예를 제시하기 위해써 내려간 작품이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다.


성을 타락의 도구나 외설적인 것이라고 치부해서는 안된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서구 문명에 대한 아주 단순한 비판에서 나온 산물이었고, 그 재앙에 대한 간단한 해답으로 나쁜 사회에 대항하여 더 나은 섹스를 제안했다.  즉 이 소설은 인간의 가장 내밀한 영역을 공개적 영역으로 만들어 숨어있던 주변부에서 끌어내어 성에 대한 본질을 문학의 내부에 자리매김할 수 있게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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