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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Jul 22. 2024

복숭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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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복숭아의 힘

한결


드디어 내일 아버지께서 퇴원하신다. 소화기 내과에 열흘을 입원하셨다가 퇴원하신지 다시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번엔 폐렴으로 입원하신지 2주 째다. 벌써 구십이 되신 연세니 면역력도 약해졌을테고 원래 지병이 있으시니 어쩌면 아프신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이번에 입원해서는 밥은 커녕 물도 잘 못드시고 링걸만 주렁주렁 달고 계셨다.


물도 못마시는 모습을 보고 머리에 떠오른 것이 복숭아다. 아버지께서 제일 좋아하는 과일, 아버지가 젊은 시절, 딱딱한 복숭아, 물렁한 복숭아는 물론이고 벌레가 들어가있는 복숭아의 벌레까지 함께 드실정도로 아버지는 복숭아를 그리도 사랑하셨다. 복숭아 사서 깨끗이 씻은 후 몇 개는 껍데기를 벗겨 통에 담고 몇개는 나중에 드시라고 가져다드렸더니 밥은 안드시던 아버지가 복숭아는 연신 맛있다며 잘 드신다. 하루 세끼를 거의  복숭아로 드시더니 힘이 난다고 말씀하신다. 복숭아는 맛도 맛이거니와 특히, 달콤한 향기와 함께 딱딱하면 딱딱한 대로 부드러우면 부드러운 대로 식감이 아주 매력적인데 비타민은 물론 식이섬유까지 풍부한 영양가 만점의 여름철을 대표하는 과일이다.  소화력을 촉진시키며 피로회복에도 좋다.


병원을 퇴원하는 날, 복숭아 한 사자를 사서 갖다드리니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다.


"입맛이 없어서 밥도 거의 못먹었는데 이거 먹으니 입맛도 돌고 힘이 나는 구나."



이 무더운 여름, 복숭아가 있어서 아버지가 힘을 내시니 얼마나 다행인지 새삼 복숭아가 가진 회복의 힘을 생각하게된다. 내 고향은 경기도 북부 지방으로 추운 지역이어서 복숭아 나무가 없었다.5일마다 한 번씩 열리는 장에 가야만 맛을 볼 수 있었는데 어머니는 장날이 되면 내 손을 꼭 잡고 어김없이 아버지가 좋아하는 복숭아를 사러가 셨다. 집에 돌아간 후 제일 크고 잘 익은 놈으로 골라 싹싹 씻은 다음 내게 주시곤 하셨는데 콧속으로 스며드는 알싸한 향기와 한 입 베어 물면 분홍빛 단물이 주르륵 과육이 입안 가득, 그때의 행복한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복숭아는 귀함을 상징한다. 저장성이 높지 않아 제철에만 먹을 수 있는 귀한 과일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중국 진나라 때 무릉에 사는 어부가 배를 타고 가다가 복사꽃 가득한 곳을 만나고 그곳을 계속 따라가 굴속을 통해 기름지고 비옥한 낙원을 만났다는 무릉도원의 전설과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은 곳도 복숭아 화원이었듯 근심과 걱정이 없는 현세와 미래에 건설하고자 하는 유토피아의 세상을 상징하고 있다. 이렇듯 어느 때나 쉽게 만나지 못하는 고귀함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평화와 이상을 세계를 상징하는 과일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또, 복숭아는 콧대 높은 고귀함을 상징한다. 복숭아는 피부가 민감해서 살짝만 건드려도 속이 멍이 드는 아기 피부 같은 살결을 갖고 있어 아주 조심조심 다루어야 한다. 즉, 아무에게나 맡기지 않고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과 가까이하는 것이다. 또,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미인의 피부색을 자랑한다. 여인의 피부가 복숭아색을 띠면 도화살이 있다고 하여 금기 시 했는데 이는 아름다운 여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그리하여 글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선비의 집에는 심지 않았다고 하는데 먹물을 담아쓰는 최상급의 연적에 복숭인 모습이 많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복숭아를 깎아서 몇 점 대접해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뵈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예로부터 불로장생의 과일로 상징되었던 복숭아,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신 아버지가 복숭아를 드시고 더욱 힘을 내셨으연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요양병원에서 투병중이신 어머니께도 내일은 주말이니 외출을 신청해 집으로 모시고가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말랑말랑하고 천도복숭아를  대접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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